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난 이 책의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앞 부분을 상당부분 읽고나서야 부제의 ‘존재론적 질문들’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으니까. 예를들면,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물리학이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지, 물리학으로 우리의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지, 평행우주와 같은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지 등이다. 게다가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우주는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도 논힌다. 이런 질문을 누가해? 내지는, 이게 말이 돼? 정도가 각장의 주제를 봤을 때의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게다가 내가 이 책을 완독했다는 것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는 말인가? 전혀 아니다.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이해 못한 부분도 꽤나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역설적이게도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이기도 한데, 최근에도 여전히 ‘핫한’ 양자역학, 그중에서도 양자얽힘에 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양자역학의 얽힘이 실제보다 훨씬 더 신비롭게 묘사된다고 했는데, 올해 소설 ‘삼체’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그건 소설이니까 어느정도 말이 안되는 부분은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나 나 같은 비전문가는 과학적인 부분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읽고 즐기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아무튼 이 내용은 계속해서 알아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또 ‘엔트로피’가 나오는 3장과 ‘인과관계의 역설’을 얘기한 8장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모두 젊어지고 싶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진화법칙을 수학적으로 시간 역순으로 돌리면 초기 상태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의 ‘시간가역성’에 대해 읽다보면, 어쩌면 과학의 힘을 빌어 젊은 때로, 혹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가 나이를 먹는 건 그것이 가장 일어날법한 일이기 때문이고, 시간은 한 방향, 즉 순방향으로만 흐르고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우주는 시간에 대해서는 순방향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젊어질 수 없다. 그리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없다!
책을 읽고 확실하게 알게된 것은, 저자가 직접, 혹은 저자가 인터뷰한 여러 과학자의 입을 빌어 얘기하는 것, ‘과학자들/물리학자들도 모든 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실망스러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진정한 새로움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그러고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분야에 뛰어들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직접 기초연구에 뛰어들 수는 없겠지만, 관심을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고, 이 책에 언급된 여러 주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