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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동글이~
  •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수바드라 다스
  • 18,000원 (10%1,000)
  • 2024-06-07
  • : 8,491



흥미로운 시각으로 쓰여진 책을 만났다. 세계사를 열 가지의 ‘프레임’과 연관시켜 풀어내는데, 얼마나 세계 질서가 서구를 중심으로 짜여져있는지가 주요 골자이다. 이 열 가지 프레임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예컨대 ‘아는 것이 힘이다’, ‘시간은 돈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민중에게 권력을 (민주주의)’ 등 당연하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설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 기준의 프레임들이라는 것들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 ‘수바드라 다스’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듯, ‘인도계’ 영국인이다. 본인을 갈색 피부인 사람 가운데 제일 백인스러운 사람이라고 자조섞인 표현을 하는데, 실은 외국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지 싶다. 그 나라에서 태어나서 언어나 문화에 전혀 이질감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겉모습이 서양인이 아닌 경우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꼭 받는것처럼. 의도가 빤한 질문이지만 모르는 척,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얘기하면, 그게 아니라 ‘진짜’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ethnicity) 다시 한번 물어오는, 놀라울 정도로 반복되고 많은 사람들이 겪는 그 질문.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모든 판단 기준이 놀랍도록 서양 중심이고, 그마저도 소수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을 위주로 하므로. ‘서양문명이란, 현실을 누르고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라는 표현이 와 닿는다. 특히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글을 읽을때는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예를들어 ‘마그나 카르타’는 정의와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관념을 옹호하는 문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모두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상을 상징하는 텍스트로 추앙받았고, 나 또한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런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는 여러번 수정이 되었는데 그 어떤 버전을 보더라도 엄청난 특권을 지닌 아주 소수의 사람들 사이의 계약일 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마그나 카르타는 ‘대헌장’이라고 번역되는데, ‘대’라면 상대적으로 ‘작은’ 헌장도 있다는 말이고, 그게 ‘삼림헌장’이라는 것도 알았다. 너무나 이런쪽에 문외한이라 나는 이 ‘삼림헌장’이라는 것도 처음알게되었는데, 1971년에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참 전에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고려되지 않는 것, 우리가 기대하는 정의의 모습이라는 것이 실제 법이 작동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것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현 상황에 견주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곳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했다. 다시 들추어보니 분노의(?) 별표와 느낌표도 가득하다. 문화는 싸움에서 이기고 깃발을 꽂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의 한 형태라는 것, 사람들의 정신도 식민지가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나 하나가 세상을,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꿀 수야 없겠으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또 서양 위주의 질서에 이미 길들여진 나를 성찰해보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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