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된 <생명>의 개정증보판이자, 저자가 비전공자인 학생들과 함께 생명과학이란 무엇인가를 공부해을때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또 (비전공자가)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마땅히 없다는 점때문에 일반인을 위한 일종의 교과서로 씌여졌다. 나 혼자서 가볍게 쓱쓱 읽어가기에는 솔직히 어려운 부분도 많았는데, 그래서 강의를 들으면서 읽는다면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저자는 21세기는 생명과학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생명과학이 사회 경제적으로 전 인류의 삶의 형태를 바꿀 것이라했다. 재미있게도 내가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읽었던 책이 기계공학에 대한 책이었는데, 그 책에서는 기계공학이 미래라고 얘기했다. 각자 자기의 분야가 인류에 삶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느껴져 재미있다. 물론 지금은 실제로 개인의 전체 유전정보에 따라 특정 질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이른바 개인 맞춤형 의료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으니 생명과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숲을 알기위해 서식하는 모든 종류의 나무를 알 필요가 없는것처럼, 생명과학에서도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기본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명의 본질부터 생명의 기원, 단위, 재생산, 노화, 감염, 그리고 윤리에 대한 부분까지 총 17가지의 질문을 주제로 하여 다양하게 접근한다.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해다는 것은 알겠고, 또 책 중간중간에 포함된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사실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 이해하기 쉬운 것들도 많았다. 또 각 장은 시를 포함한 문학작품으로 시작과 마무리가 되는데, 인용된 문구들이 그렇게 적확할 수가 없는데다 그 자체로만 떼어놓고 보아도 좋다.
특히나 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생명정보의 해독’에 관한 장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다루는 ‘생명의 교정과 편집’에 대한 장을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다. ‘생명체’라고 할 때 겉보기에는 각각 다른 생명체들이지만 유선자 수준에서의 기능적인면, 즉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전자와 이에 의해 조절되는 메커니즘 등은 어떤 생명체인지와 무관하게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점을 새로배웠다.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서는 몇 년전에 뉴스를 통해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특히나 맞춤 아기와 관련한 내용을 읽다보니 생명과 관련된 윤리문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기술이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생명을 마음대로 변형시키고 조작해도 되는것인가? 어떻게 하면 생명과 관련된 전방위적이고 공통되는 함의를 발전시키고 합의할 수 있을 것인가?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시급한 사항인데, 간단하고 빠르고 쉬운 방법은 요원해보인다.
책을 읽고나니 생명 과학 지식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훑어보았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는것이 목표라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성찰을 하기위한 기초 자료로서의 공부는 분야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