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은 그 수명이 다 했다고 생각했다. 산업화 시대라면 몰라도 이제는 인공지능을 위시한 첨단 기술의 시대이기에.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기계공학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안내하는 책을 만났다. 총 27명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진이 집필한 <상상하는 공학 진화하는 인간>은 지금까지 인류의 태동과 번영의 중심에 기계공학이 있었고, 첨단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학문으로서 그 다양성은 다른 어떤 공학분야보다도 크다고, 더 나아가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고 이를 제품화할 수 있는 분야는 기계공학이 유일하다고 얘기한다.
기계공학과 함께한 시간을 ‘영광’과 ‘보람’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할만큼 기계공학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지만, 단지 ‘기계공학부심’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공학분야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이른바 ‘의대 쏠림현상’을 몹시 안타까워하며, 왜 공학분야인지, 그중에서도 왜 기계공학인지를 피력한다.
예컨대 생산 자동화를 필두로한 하드웨어 중심의 기계공학은 소프트웨어쪽과 결합하며 점점 ‘서비스 로봇’ 분야로, 더 나아가 수술, 재활, 진단과 간병 등의 의공학 분야로도 진화하였다. 생물과 의학 분야도 기계공학과의 융합 대상이 되면서 기계공학자가 생명 현상을 연구하고 의료기기도 개발하게 되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라는 직업도 훌륭하지만, 기계공학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그들의 인생을 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 역시 매우 보람있는 일이라고 (절절하게) 호소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기위해 기계공학을 필두로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공학기술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분야도, 또 삼성과 현대 등의 글로벌 제조 업체에서도 우수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미국 같은 나라가 전세계의 이, 공학 인재를 계속 끌어들이고, 중국과 인도마저 우수한 인재들이 공학분야를 선택하는데, 우리는 이러다 뒤쳐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과 갈급함이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