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았을 때 ‘늙음’에 대해 말하기에는 너무 젊은 작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책의 초반에 아드님의 글과 사진을 보며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고?, 놀라움과 함께 책을 읽어나갔다. 밑줄을 긋다가 포기했다. 표시할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인생 선배들은 많아도, 롤모델로 삼을만한 ‘여성’ 인생 선배는 많지 않아서 반가웠다. 내가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나아가 나이드는 것에 대해서도 마냥 두려워할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책에 완전 새롭거나 모르는 얘기는 없는데,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굉장히 철두철미 준비하고 굉장히 생각이 많을것 같지만, 정작 허은순 작가남의 지인이 보는 작가의 달란트는 ‘별 생각 없음’이란다. 그 ‘별 생각 없음’이 행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다 제거했고, 그렇기에 건축, 사진, 작가, 시니어 유튜버, 1일 1릴스 하는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라고. 그러고보면 뭔가를 해내겠다고 너무 힘을 주기보다는 되려 힘을 빼는게 더 도움이 되는것같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결과가 그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더 뛰어난지 아닌지의 차이보다는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더 크니까.
개인적으로는 내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내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보험 대신 운동’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에 감당할 체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어도 시간을 거슬러 산다는 말이 참 좋았다.
나이라는 숫자에 지배당하지 말고, 그게 무엇이든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냥 하는’ 것의 힘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