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회사에서 책을 구입해 몇 권 읽어보게 됐습니다. 그 책들은 제 돈이라면 사서 읽지 않을 책들이었어요. 그만큼 평소 취향과 맞지 않는 분야인데, 빌려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게 되니 읽어지게 되더군요.
그 중 한 권이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14> 입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책인데, 저는 처음 읽게 됐습니다.
트렌드라는 게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모르는 내용도 아닐 것 같아 별 기대없이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10가지 키워드로 뽑아낸 내용이야 그렇다쳐도, 키워드를 채우는 컨텐츠가 알차고 다양한 각도의 많은 이야기가 있어 좋았어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뽑아 낸 2013년 소비자의 키워드 입니다.
1. 날 선 사람들의 도시 - '미안하다' 한마디면 해결가능한 문제지만, 날카롭고 예민해진 사람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틈도 없이 분노를 쏟아내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2. 난센스의 시대 - 각박한 세상에서 차라리 나를 한 번 웃겨준다면 그게 더 낫다.
3.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스칸디대디) -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뿐. 아기를 엄마에게 맞추라는 제언
4. 소유냐 향유냐 - 렌탈, 셰어의 확대 및 증가
5. 나홀로 라운징 - 심부름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대신 그만큼 자유로운 시간을 얻는 싱글족의 증가
6. 미각의 제국(먹방, 먹송, 요리) - 먹는 모습은 지극히 원초적인 행위이고, 이를 나누고자 하는 경향 역시 본능인데, 이를 공유할 기회가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에 먹방 영상으로 대체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즉, 개인화 시대의 또다른 얼굴인 셈
7. 시즌의 상실 -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
8.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 웰빙에서 힐링으로, 그리고 다시 디톡스로.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잘 살고 싶다'는 열망
9. 소진사회 - 불금으로 표현되는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사정 아래 즉흥적이고 현재지향적인 태도.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불가능은 없다, 무조건 할 수 있다..와 같은 불굴의 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결국 개인의 탈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10. 적절한 불편 - 편의과잉 시대, 기다릴수록 더 사고 싶고, 부족할수록 더 재밌으며, 무심할수록 더 끌린다
이상이 트렌드 코리아가 뽑은 2013년 키워드입니다.
이 중 '날 선 사람들의 도시'와 '미각의 제국' 키워드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상황 아래 끝장을 봐야 해결될까 말까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문제에도 날을 세우며, 분노를 쏟아내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장과 아이들 교육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날을 세우며 소진하는 자신이 투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소이해 먹방을 보며 위안을 받는게 아닐까...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김난도 교수의 '먹는 행위는 원초적이고 이를 나누는 행위도 본능인데 공유의 기회가 메말라가고 있다. 개인화시대의 또다른 얼굴'이란 설명이 없어도 TV 먹방을 틀어놓고 혼자 식사하는 1인가구 모습이 절로 투영되네요.
다음은 <트렌드 코리아 2014>가 뽑은 전망입니다.
1. 스웨그 : 스스로 만족하는 멋, 본능적인 자유로움, 기성의 것과 선긋기
2. 몸이 답이다 : 높아진 정신적 스트레스, 성취를 직접 눈으로 확인, 관계회복의 욕구 (목공예 작업실, 공방 등에 향하는 사람 수의 증가)
3.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가능성
4. 어른아이 40대 : 중위세대의 영향력
5.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 허물어지는 산업 간의 경계
6. '판'을 펼쳐라 : 전문가의 시대에서 일반인의 시대로의 이행,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7. 해석의 재해석
8. 예정된 우연 :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예정된 우연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심리
9.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10. 돌직구로 말해요
스웨그와 예정된 우연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예측가능한 재미를 추구하는, 2013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다(스웨그)... 일탈 속에서 찾는 예기치 않은 기쁨...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형화되고 고착화 되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몰 브라더스(작은 감시자들)' 이었습니다.
미니홈피 =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사진공유 SNS) =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 스토리 = 내 자랑 + 애 자랑 + 개 자랑
'자랑과 과시'란 단어가 아프게 박혔습니다. 진정 이 단어를 넘어 소통을 원하는지 자신할 수 없었어요. 때마침 아이들 교육과 맞물려 불가피한 시간 조절로 예전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 속에 자랑과 과시가 단어가 소통이란 말로 대체될 때까지 제 블로그의 덧글은 닫혀있을 겁니다.
원래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라 기대 없이 읽었지만, 재미와 생각지 않게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꼭 책을 사서 볼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읽은 것 같은 흐뭇함이 만족스럽습니다.
읽은 날 2014. 2. 1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