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어느 순간부터 '중학생'과 '사춘기'는 제 일상을 지배하는 키워드입니다. '중학생'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책만 읽고 있는데요,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란 책은 제목만으로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어쩌다'는 의도치 않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도착해버린 좌표가 느껴졌고, '같은 걸'은 중학생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져 궁금했어요. 중학생이란 인식을 역할과 분리시킨 어감도 좋았습니다.
정말 어쩌다 중학생 역할 따위를 하게 됐는지, 해 본 소감이 어떠한지...궁금하더군요.
이 책은 스미레라는 중2 소녀의 성장기입니다.
훌륭하고 멋진 아빠가 그냥 맘에 안들고, 엄마의 상냥한 미소도 탐탁치 않아요. 학교는 어떤가요. 초등학생 때 '우리 친구하자~' 란 말만 하면 친구가 됐는데, 중학생은 친구맺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생이 중학생보다 더 어른스럽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구요.
익숙했던 것이 낯설고 확실했던 게 불확실해진 사춘기 한복판에서,
스미레는 결국 한단계 성장을 합니다.
하, 이렇게 쓰니 매우 단순하네요.
사실, 성장기란게 다 그렇잖아요!
그럼에도 이 책에 상당히 주목하게 됐습니다.
커다란 줄기의 내용은 해피엔딩이지만, 주인공 입장에선 꼭 그렇지 않거든요. 소위 열린 결말인데, 이게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스미레가 겪는 에피소드는 중학생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었어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부모는 '공부'란 측면에서 아이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기대치를 잔뜩 올리기만 할 뿐, 아이 마음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아이는 6년 넘게 학생이었고, 지금도 학생이니까. 학생이란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컸으니, 염려보다 바라는게 더 많아집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스미레의 마음을 가만가만 읽어가니, '공부'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어른이 되고 싶은지, 되기 싫은지 몰라하는 마음, 다른 아이들과 엮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 친구, 이성, 외모....이런 단어가 중학생 세계에 가득 차 있습니다. 어쩌면 친구, 외모, 이성이 공부보다 중요한 영역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이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공부’만 바라보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유쾌, 발랄하고 재밌는 성장기는 고리타분한 교훈을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중2 소녀, 스미레의 말을 볼까요.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에 휘둘리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노력해 봤자 소용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니까.
노력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2 때의 나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될 때는 지나치게 고민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푹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 폭풍우는 금방 지나갈 테니까, 절대로 리스크 컷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인상깊게 읽어서, 제 아이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했습니다. 처음으로 읽어보라고 책을 건넸는데 엄마가 읽으라니 무조건 싫어할지, 읽었는데 재미없다고 할까봐 걱정되더군요.
‘엄마가 읽어보라고 해서 억지로 읽었는데, 정~말 재미없쟎아! 앞으로 다신 읽지 않을거야!’
하면 안되니까요.
휴우.
다행히 아이 기호에도 맞았나 봅니다.
예전에는 억지로(?) 읽었는데, 재미있어서 읽게 된다는 소리도 하고, 엄마의 추천력을 믿어보겠다는 흐뭇한 말을 합니다.
제목에만 이끌려 읽어보게 됐는데, 참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1.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2. <10대들의 시계는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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