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3)
구보쒸  2004/02/26 21:06

'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

감독 : Bertrand Tavernier
출연 : 덱스터 고든, 허비 행콕, 마틴 스코어시지(!)


 

 

 

 

 

 

 

 

 

 

 

 

bud powell에 미쳐 파리의 재즈 클럽 바깥에서 그의 공연을 몰래 듣곤 했다던 한 프랑스의 재즈광 이야기에서 착안하여 감독이 만든 어떤 재즈 뮤지션과 파리의 가난한 화가이자 재즈광과의 교류를 그린, 또는 어떤 불세출의 재즈 뮤지션의 삶의 한 풍경을 그린, 또는 감독이 모던 재즈에게 바치는 오마쥬, 이도저도 아니면 재즈를 소재로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내에서 적당히 타협도 하면서 만든 그냥 그런 음악영화.

버드 파웰은 1940년대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과 함께 비밥의 개척자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재즈의 역사에서 비밥의 등장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비밥이 등장한 이후 재즈는 더 이상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여흥을 돋우기 위해서 연주되던 딴따라 음악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일컬어 모던재즈의 도래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자본주의가 낳은 시장바닥에서 나고 자란 음악으로서 그 시장이 지워준 무게를 떨쳐내고 ‘벽’을 넘은 것은 내가 여지껏 들어본 음악 중 재즈 밖에 없다. 내게는 그렇다. 그리고 ‘비밥의 출현’이란 재즈가 벽을 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Round Midnight : 모던재즈시대를 풍미한 怪 피아니스트 Thelonious Monk가 작곡한 아주 유명한 재즈 발라드 넘버. 매우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하였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등등...

늙은 테너 색소폰 연주자 데일 터너(덱스터 고든), 그는 알콜 중독이며 이미 술 때문에 몸이 상당히 망가진 상태다. 그는 홀연히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파리의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서 허비 행콕(극중이름 모르겠음)의 밴드와 함께 연주한다. 그가 파리에서 처음 연주하는 날 바깥에는 촉촉이 비가 내리고, 그리고 클럽 블루 노트 바깥에서는 비를 쫄딱 맞으며, 어정쩡하게 닫힌 클럽의 낮은 창에 등을 구부리고 공연을 듣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터너에게 맥주를 사준 것이 계기가 되어 가까워진 이 프랑스 사내와, 영화가 만들어 낸 테너의 거장 데일 터너와의 이야기를 연대기처럼 그려나간다.

덱스터 고든은 60년대에 크게 활약한 유명 색소폰 주자이다.

그리고 주지하시다시피 허비 행콕은 5~60년대 소위 황금기 이후를 이어간 피아니스트이다. 케이스 쟈렛이나 칙 코리아 등은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단 이 영화에서 그려진 재즈에는 위에서 말한 ‘벽을 넘어선 재즈’의 굉장함이 없다. 아마도 영화제작과정에서 영화사측 인사 및 제작자와 회의를 너무 많이 한 탓이리라. 아마 영화를 만들어 놓고 감독은 내심 많은 아쉬움을 남겼겠지 싶었다.

나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재즈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재즈를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실망을, 그리고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즈에 대한 오해와 졸림을 선사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영화라고 보면서 느꼈다.

이 영화는 DVD로 봤는데, 인터넷을 뒤지다 이 영화가 워너에서 ‘워너 재즈 박스세트’라는 이름으로 이 영화사에서 만든 재즈영화 세편을 묶은 박스세트로 나왔음을 알았다. 이 영화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Bird’, 유명한 몽크의 다큐멘터리 영화 ‘Straight No Chaser’가 한데 묶여 있다. ‘Bird’는 찰리 파커의 이야기를 이스트우드가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