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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쒸  2004/02/26 20:57

킬 빌 볼륨1(Kill Bll vol.1)

감독 : 퀜틴 타란티노
출연 :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대릴 한나
(2003년)



 

 

 

 

액션영화의 클리셰.
그것은 악당과 주인공의 대결에서 반드시 주인공이 이긴다는 것이다.
둘째 악당:주인공의 유효타격 비율은 6:4~7:3정도라는 것이다. 즉
주인공이 악당보다 더 많이 얻어 터지고 약간은 위기도 맞이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결국에는 힘든 결투를
승리한다는 공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영화속에서 무수히 반복되고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진부한 표현양식이 되어버리고 난 후 그 누구도
악당에게 얻어터지고 결정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보며
손에 땀을 쥐지 않는다. 결과가 뻔한 것이다.

스티븐 시걸의 미덕.
그의 영화는 솔직히 톡 까놓고 얘기하자 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어차피 주인공이 이길 게 뻔한 건, 너(보는 놈)나 나(만드는 놈)나 서로 뻔히 알고 있는
건데, 지루하고 따분한 주인공이 쥐어 터지는 연출이 뭐가 필요하냐.
그러느니 그 아까운 시간에 어차피 이길 게 뻔한 주인공이 얼마나 화려하게
악당을 쥐어 패는지를 보여주자는 발상. 이건 대단한 창조성이라고 나는 멋대로 생각한다.


영화 시작전 나오는 홍콩 쇼브라더스 로고 및 ‘이 영화를 후카사쿠 긴지 감독에게
헌정한다’고 하는 감독의 커멘트. 이들로 미루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아시아 폭력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알 수 있다.


 

 

 

 

 

 

타란티노 그가 확실히 아시아의 다양한 폭력영화를 많이 본 건 사실인 것같다.
영화 여기저기서 다종다양의 아시아표 폭력영화에 대한 오마쥬를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유혈이 난자한 1대집단의 대난투극. 객잔에서의 대결.
일본도를 향한 카메라의 그 엄정하면서도 관능적인 시선 등). 그러나, 그가 제대로
된 스타일리스트로 서고자 한다면, 폭력을 그림으로 해서 자신의 미학이라는 걸
추구한다면, 최소한 스티븐 시걸과 같은 '참신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영화 킬빌의 결투장면 전개는 확실히 대단히 진부하다.
디스코장을 겸한 일본풍 '객잔'의 결투장면에서조차 주인공은 똘마니들은
허벌나게 쥐어 패면서, 얼굴에 가면 쓴 루시 리우의 왕똘마니에게만은
철저하게 위의 6:4 or 7:3 법칙에 따른 결투를 벌인다. 이건 너무나 작위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며, 게다가 이 영화가 초두에서 보여준 스산함에 대한 도발적
기대를 저버린다. 무론 스티븐 시걸식의 결투전개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타란티노 지가 악동이고 잘난놈이면 잘난놈 답게 진부한 클리셰에 통쾌하게
한방 먹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마도 내가 여지껏 본 영화중 가장 잔인한 영화였다.
잔인함의 수준은 액션영화의 경계를 넘어 거의 하드코어 호러영화의 수준
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끔찍스러움은 있었을
망정, 80년대 중반 오우삼이 보여준(아마도 그가 장철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것인)
그 시뻘건, 피비린내나며, 스산하며, 처절하리만치 비장한 말로 잘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장면을 통해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추신 : 이 영화를 본 건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기  일본에서였고, 영화의 잔인성 때문에 소위 객잔의 결투장면은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화면을 흑백처리해서 상영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심의 때문에 몇장면 잘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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