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문학을 향한 일보
구보쒸 2003/08/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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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의 나쁜 점 :
☆ 소설 뒷부분으로 갈 수록 내공이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즉, 서두에서 보여준 서술 및 구성의 재기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기존소설들의 진부함을 답습한다.
☆ 주인공이 싸움을 너무 잘한다. 그는 적어도 작품안에서 맞짱떠서 진 이력이 없다. (아버지와의 권투시합에서 지지만 그건 맞짱이라 볼 수 없다)
이 소설의 좋은 점:
☆ 기존의 재일문학과 같이 아이덴티티의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거기에 천착하지 않고 소설의 보편적 미학을 추구하고자 한점.
☆ 재일교포인 소설의 서술자(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되어있다)는 일본인들과 동일한 한국에 대한 편견(오리엔탈리즘으로 환원해도 좋을)을 갖고 있다.(이 점은 주인공이 서울의 호텔앞에서 택시운전사를 때려눕히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 편견이란 별건 아니다. 한국의 성리학적 전통에 대한 그들의 찬란한 오해. '유교'가 하나의 종교라는 착각. 모든 한국인들은 성리학, 소위 유교(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사상의 예학이라는 포션이 사람들에게 강요해왔고 강요하고 있는 구질구질한 프로세스들)가 한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유산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하나의 도그마로 수용하고 있을 것이란 착각.
영화화되었다. 그 영화는 비록 원작에 충실하려 했지만 소설에 비하면 열나게 재미없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뒷부분으로 갈수록 더 재미없다. 유치찬란함이 대단하다. 가급적이면 소설을 읽기를.
재일교포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아이덴티티의 문제이다. 그들은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일본어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생활의 모든 감정과 기억들을 그들과 공유한다. 즉 일본인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서류상으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80년대 이슈가 되었던 지문날인 문제의 두가지 쟁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인간의 지문을 국가 공공기관에서 채취하여 기록으로 관리하는 문제의 비인권성이며, 또하나는 바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세금내며 사는 사람들이 보통 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점에 대한 부당함인 것이다.
이양지의 '유희'는 이질적인 '모국어'를 내면에서 거부하는 유희의 고뇌와 좌절을 통해서 그들의 아이덴티티문제를 형상화하였다. <GO>는 나름대로 그들이 처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적이란 근대가 만들어낸 개념에 대한 냉소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인들의 피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소위 자칭 코스모폴리타니스트를 그림으로써...(물론 그런 일본인들이 있다고 흥분하지 말지어다. 이는 동시에 우리모두의 모습이기도 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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