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자의 고고한 취미편력기
구보쒸 2003/08/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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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Penguine Gude나 Gramophone Guide와 같은 성격의 고전음악 음반 안내서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안동림 교수 개인의 고전음악 음반 편력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안동림 교수의 음반취향은 철저하게 50년대 소위 '거장들의 시대'에 나온 음반들에 집중되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모두 푸르트뱅글러요, 부르크너는 크나퍼츠부슈 일색..뭐 이런 식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일반적인 음반소개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클래식 음악 입문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로 권하기는 어렵다. 음반안내서로서 갖추어야 할 제1의 성품이란 그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함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테제로부터 자유로운 음반 안내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Gramophone Guide를 읽어보면 리뷰어들의 영국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착이 읽히며 Penguine Gude 또한 나름대로의 방향성(=편향성)이 있다. 라고는 하나 이 책은 명백히 안교수 개인의 음반과 음반에 관한 고고한 에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음악을 한없이 사랑하는 한 한자의 음악과 음반에 관한 에세이로 읽는다면, 이 책은 단연코 추천순위 제1위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안교수의 소장음반을 중심으로 쓰여진 탓인지 소개된 음반은 기본적으로 LP가 중심이 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구입이 대단히 어려운 음반도 많다. 이 책에는 음반의 소개와 아울러 곡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실려 있는데, 안동림교수의 해박한 음악지식과 깊은 내공에서 나오는 그 멋은 저절로 그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들고 만다.
蛇足 : 안동림 교수의 외국어 한글 표기는 안 교수만의 아주 독특한 표기철학에 의거하고 있다. 즉, 관용적으로 통용되는 표기를 지양하고 현지음을 살려서(또는 원어의 표기를 최대한 살려서) 적자는 것이라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도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라흐마니노브'. 러시아어에서 유성음이 단어 끝자리에 오면 무성음이 되므로 Rachmaninov의 v는 사실 발음은 f가 되므로 '브'보다는 '프' 또는 '흐'를 쓰는 것이 타당하리라 보여지는데...'차이코브스키'도 마찬가지이다.
유성음과 무성음, 또는 무성음과 유성음이 만나면 뒤에 위치하는 자음의 영향을 받아서 앞에 위치한 자음이 바뀐다.(우리말 문법용어로 말하면 역행동화) 즉 유성음+무성음의 경우 앞의 유성음은 무성음이 되고, 무성음+유성음의 경우 앞의 무성음은 유성음이 된다. 'Tchaikovskii'의 경우 v+s이므로 앞의 유성음 v는 뒤의 무성음 s의 영향으로 무성음 f가 된다.
아마도 안교수께서는 현재 한국의 외국어 인명,지명 표기가 제법 현지어 소리를 존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argentina는 아르젠티나가 아닌 아르헨티나라 하며, Benezuela를 베네주엘라가 아닌 베네수엘라라 하고 있지 않은가. 근데 왜 이상하게 Mexico는 메히코라고 하지 않고 멕시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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