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에 매우 자신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고
미술관에 방문하여 그림 보는 것을 즐기는 일이 익숙치 않지만
박수근의 그림은 내게 어렵지 않고, 마음 속에 남는 작품도 있어
좋아하는 작가이다.
얼마 전, 친구와 덕수궁 현대미술관 박수근 전시회에 다녀왔다.
실은 어떤 전시회인지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박수근 전시회임을 알고 무척 반가웠는데
2년 전 양구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담하지만 매력적인 건물.
따뜻하지만 어딘가 애처롭게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
집에 돌아와 그에 대해 검색하다가 삽화집을 구입하였는데...
2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꺼내 보았네.
지금은 워낙 유명한 작가이지만
가난했고 그다지 이름 없던 시절, 그가 삽화를 그렸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 작품전에 낙선한 것에 크게 실망하여
그 다음 해에도 출품하지 않았다는 일화는
어쩐지, 영웅 같지 않아서(그래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다는 투의).
들키고 싶진 않지만 나 또한 갖고 있는 찌질한 부분이
그에게도 있었나보다 싶어 반갑다.
아내에게 보낸 연애편지라던가
각종 스크랩북,
독학하며 그린 작품들.
내가 느낀 그는
따스하고 겸손하며 성실하기까지 한 분인데.
과음으로 인해 일찍 돌아가셨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2년 전 갔던 양구는 뜨거운 여름이었는데.
이 겨울, 한 번 더 그를 만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