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에미코의 전작들을 읽었지만, 이 작가는 깊이가 없다.
이 책의 초반을 읽으면서 자기자랑만 늘어놓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이 들어 그만 둘까 하다 끝까지 읽었다. 다행히 중반에 어머니의 치매 문제를 언급하면서, 노후와 살림에 대한 통찰은 읽을만 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난 뒤 집안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수녀 연구에 의하면 사망 한 수녀들의 뇌를 해부한 결과 뇌는 또렷이 알츠하이머 병변이 나타나 있었지만, 현실에는 치매가 발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수행하면서 변화가 적은 환경에서 몇십 년간 생활하면서 비록 치매에 걸려도 생활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적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도 수녀 같은 삶을 지향한다고 했다. 일정한 루틴으로 살면서 변화가 적은 환경을 만드는 것. 어쩌면 나이가 들면 이런 루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집단 속에서 자신이 맡은 일은 착실히 하면서 환경적 변화가 적은 생활을 오래도록 이어왔기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되어도 활기차게 생활했을 지도 모른다. 133쪽.
저작 50세 퇴사하면서 작은 원룸으로 이사가고 살림을 모두 처분했다. 그녀가 살림 원칙은 3가지다. 1. 편리함을 버려라. 2. 가능성을 넓히지 않는다. 3. 분담을 그만둔다.
요리는 국, 구이, 절임만 먹고, 옷은 90% 버렸다. 다른 요리가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 먹는다. 저자는 집을 구할 때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했다고 한다. 한국 사극에 나왔던 폐비의 조촐한 초갓집을 보고 영감을 얻었고, 에도 도쿄박물관에서 단칸방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저자는 오히려 돈이 없으니 집안일이 편해졌다고 한다. 매일 10분만 투자하면 된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원래 집안일은 매일 하는 게 깨끗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들은 것 같다.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기기를 모두 벌였기 때문에 요리는 매일매일, 손빨래도 매일매일 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비료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어 쓰레기도 두 달에 한 번만 버린다고 한다. 내 꿈도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거다. 그러려면 먼저 텃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야겠지만.
남녀노소 집안일은 자신이 직접 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살마은 진귀한 보석을 스스로 내던진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한다. 86쪽.
간소한 집안일의 최대 장점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저자처럼 극단적인 간소한 집안일은 할 수는 없지만 나도 간소화를 지향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요즘 계절별로 옷을 정리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있고, 비록 냉장고를 사용하긴 하지만 여러 조리도구를 쌓아두기 보다는 꼭 필요한 재료와 도구만 비치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저자의 책은 이거만 읽고 더 이상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이런 살마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시크한 파리지엔 따라잡기
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