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의원실에서 잠깐 숨을 돌리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잡힐 경우 다음 민주당 지휘부는 누가 맡아야 하는가, 누가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표 권한대행' 순서를 정해놓아야 했다. 20번까지 순번을 짰다. 당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의원에게 권한대행 순서를 빨리 의원들이 모여 있는 텔레그램 방에 발표하라고 했다.
비상 지휘부의 순서를 정해놓고 나서 의원회관 밖으로 나왔다. 의원회관도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한준호 의원의 차를 타고 국회도서관 쪽으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다시 숲으로 갔다. 이번에 국회도서관에서 순복음교회방향 쪽으로 형성된 숲이었다. 국회 앞 대로와 약 20여 미터 떨어진 곳인데 숲 근처엔 대형 시계탑이 있다. 이해식, 김태선, 한준호 의원 등과 함께 그 시계탑의 움푹 파인 곳에 몸을 숨겼다.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 힘에도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한동훈 대표에게 전화도 드리고, 비서실장을 통해 대화도 요청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경제 한복판에 폭탄을 던졌다. 환율은 급등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사전에 계엄을 통지받지 못한 미국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미동맹과 국가 신뢰도가 타격을 입었다. 국제 외교 일정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에도 맘껏 기뻐하지 못했다. 계엄 포고령에 적시한 '처단한다'는 말은 결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을 겨냥한 총구였다. (중략) 경제는 살리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89쪽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심한 오판'이라 평가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사전에 상의되지 않았다'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의 차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워싱턴 디씨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와 NCG도상연습까지 연기되었습니다.
스웨덴 총리 방한 취소,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보 총리 방한 취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도 불투명해졌습니다.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 회담 취소, 싱가포르 국회 의장의 우원식 국회의장 방문도 무산되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전쟁 중인 이스라엘까지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태국 여행 중인 한 국민은 태국 환전소에서 한국 돈의 환전을 거부당했습니다.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대는 그 참담한 역사를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군사쿠데타의 '추억'이 지금 현실이 되었습니다.
여당 대표와 총리가 다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입니다. 우리 국민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지, 여당을 대통령으로 뽑은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유고가 생기면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근거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국경을 운영하겠다는 것입니까? 대통령이 유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시 2선 후퇴를 시키고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나눠서 같이 행사하겠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공식발표를 어떻게 할 수가 있습니까?
아무 떄나 국민들에게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한다든지, 모든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으면서도 정치적 법적 책임의 가장 핵심은 즉각 사퇴인데, 맡은 책임을 지겠다면서 그 권한을 다른 사람 누구에게 당에 맡기겠다고 말하는 것은 또 국민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2024년 12월 14일 드디어 윤석열 대통령 탄색호추안이 가결되었따.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국민들이 '빛의 혁명'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건강함과 국민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언제나 국가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가득권자들이엇습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것은 언제나 흰옷을 입은 그 어려운 민들, 그리고 이 나라의 서민과 국민들 아니었습니까.
마키아밸리는 "이 세상 모든 의미 있는 일들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오늘의 위기가 내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내란 진압이 국정안정이고 민주공화정 회복입니다. 내란 진압이 경제위기 극복, 민생회복의 길입니다. 내란 진압만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지상과제입니다.
오늘 저희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합니다. 체포, 구금, 실종을 각오하고 국회 담을 넘던 12월 3일 그날 밤의 무한 책임감으로 어떠한 반란과 역행도 제압하겠습니다.
벌어져선 안 될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 2025년 1월 19일 새벽 극우 폭도들에 의해 서부지법이 침탈당하고 파괴되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국가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인 사법체계와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내란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가서도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폎ㅇ화적 계엄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책임이 본인이 가리키고 있는데도 부하들에게 떠넘기기 바빴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온 국민이 공포에 떨며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는데도 뻔뻔함의 극치를 드러냈다. 나라가 완전히 망할 뻔했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후진국의 늪에 빠질 뻔했다. 139쪽
노상원이라는 자가 실제 작전명령에서 HID 요원들을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 사람이 이번 군사쿠데타 계획에 의하면 수사 책임자가 되기로 되어 있었다는 거죠. 그자가 준비했던 것이 뭡니까? 야구방망이로 누구를 때리려고 한 것입니까?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대법관을 잡아다가 직접 취조할 때 순순히 말로 물어보려고 했습니까? 백령도에 가서 수장 운운한 건 대체 무엇입니까?
내란을 획책한 그들이 너무나 부실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현명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국민이 위대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여기 계신 민주당 의원님들 165명, 해외에 나간 5명을 제외한 165명이 단 1시간 반 만에 전원이 경찰과 군의 경계를 뚫고 담장을 넘어서 목숨과 체포를 감수하고, 죽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을 돌파해서 국회에 모였습니다. 143쪽
현장에 파견된 일선 계엄군 지휘관, 계엄 병사들이 양심에 따라 사실상 항명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버텨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수방사에서 헬기들의 여의도 접근을 40분이나 막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실탄을 병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착검을 하지 않게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충돌도 없도록 자제해서 그야말로 다행이었습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 말을 끝으로 탄핵 심판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2일,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세계 역사상 비무장 국민의 힘으로 평화롭게 무도한 권력을 제압한 예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촛불혁명에 이은 빛의 혁명으로 우리 국민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극적으로 부활시켰습니다.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재평가할 것이고, K민주주의의 힘을 선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된 것은 2022년 8월이다. 그후 2024년 8월 다시 당대표에 선출되어 지금까찌 대한민국 국회 제 1야당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당대표직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육체적으로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일정이 정말 빡빢하고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53쪽
우리 헌정사에서 2024년 4월 총선처럼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간신히 과반을 한 게 아니라 압도적 과반을 차지했다.
정치는 정해져 있는 것을 하는 게 아니다. 정해져 있는 걸 하는 것은 행정이다. 정치는 행정과는 달리 없는 길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내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게 정치이고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지와 방향이다. 능력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의지와 방향이 있다면 부족한 능력은 다른 쪽에서 끌어다 쓰면 된다. 그래서 능력의 유무는 차선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의지와 방향이 더 중요하다. 159쪽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공장 일을 하다가 프레스에 왼쪽 손목이 으깨져 장애인이 되었고, 앞날이 깜깜한 열여섯 이재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저는 정치를 왜 하는가를 가끔씩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제가 탈출해버렸던 그 웅덩이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1976년 2월 23일 비 오던 날 새벽에, 싸락눈이 내리던 그 새벽에, 저희 가족은 구종점 단대오거리에 내려 짐을 이고 지고 여기를 걸어 올라와서 세 들어 살 집으로 갔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이 시장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셨고, 어머니는 이 상대원시장에 있던 2층짜리 건물 공중화장실에서 일하셨습니다. 소변을 보면 10월 대변을 보면 20원 이렇게 받았씁니다. 어머니는 제 여동생과 함께 화장실을 지켰습니다.
저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때 판검사 임용이 가능한 등수였음에도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스물다섯 나이에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처럼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공정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삶에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나에게도 길이 있다'고 생각이 되어야 최소한 '내 다음 세대들은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믿어지는 세상이라야 아이도 낳고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 것 아닙니까.
국가가 할 일이 뭐겠습니까. 힘격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장사가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정치 아닙니까.
'오월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어머니는 따록 계시지만, 나를 반성하고 개선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게 만들어준 사회적 어머니는 '광주'였다.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평화와 인권을 확장하는, 그야말로 전 세계 민주주의의 정신으로 살아 숨 쉴 것이다. 광주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겨두어야 한다. 내가 정치를 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176쪽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끄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
2024년 1월 2일 오전 10시 29분 부산시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 시찰을 마치고 이동하면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피습을 당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누군가 내 목을 누르며 지혈을 했다. 그때 '곧 의식이 사라질 테니, 마지막으로 하늘이라도 한 번 더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서 하늘을 쳐다봤더니 그날따라 정말 맑고 파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천운이었다. 칼에 찔린 곳으로부터 동맥은 1밀리미터 차이로 벗어났다. 칼이 동맥과 정맥 사이를 찔렀는데, 다행히 도맥을 가까스로 피해 간 것이다. 정맥은 67퍼센트가 잘렸다고 했다.
나의 아버지는 55세 나이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아버지 나이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서 나는 그 이후의 생은 어쩌면 '덤'이라고 여겼다.
살인미수 정치테러로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하늘과 국민들께서 나를 살려주셨다. 이재명이 살아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여기신 것 같다. 다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덕분에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무사히 수술과 치료를 마쳤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5위로 OECD평균(1752시간)보다 한 달 이상(149시간) 더 일하고 있다. (2022)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먹사니즘 잘사니즘 정년연장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두 달 만에 또 하향 조정. 계엄 충격으로 실질 GDP 6조 원 이상이 증발. 한 달 만에 외국인 투자자금 5조 7000억원 빠져나감.
이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 이 아니라 '기본적ㅇ니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대전환을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