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명의 15세 청소년이 나오는 이야기. 나는 이 이야기에 대해 내가 무어라 말을 얹는 것이 어려웠다. 사랑을 맹목적으로 좇지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지도 못하는 어른이 돼버린 내가 감히 어떤 이야길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래선 절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난 마음을 굳게 먹고 ‘이끼숲’에 몸을 던졌다.
소설 내의 6명의 주인공, 마르코와 소마, 유오, 의주, 치유키, 그리고 톨가는 디스토피아 세계의 지하 도시에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이 지하 도시를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로, 기계적인 하루하루를 보낸다. 차갑고 딱딱한 사회는 인간을 인간으로 봐주지 않는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위의 통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인간성이라곤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에겐 추구하는 방향이 있고, 야망이 있고 사랑이 있다. 아름답고 이상적이기만 하지 않은 세상에서 찰나에 피어오른 꽃을 찾는다. 개개인의 얽히고설킨 사정 속에서도 여섯의 아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한다.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마르코가 사랑했던 소녀 은희는 생계를 위해 목소리를 팔았고, 정부의 입김으로 쌍둥이로 살아갈 수 없었던 의조는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인간의 신체를 대체할 수 있는 클론을 생산해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사회다. 이 사회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는 인물은 커커스가 된다.
“커커스는 어딘가로 떠났다. 완전히 사라졌다. 마르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지하 도시의 끝에는 벽이 있다. 지상의 끝은 절벽과 바다라 했지만 이곳은 잿빛의 벽이다. 모래 한 알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벽. 숨을 곳이라고는, 벽과 벽 사이의 아주 좁은 통로뿐인 곳. 사람은 지나다닐 수 없지만, 짓밟혀 납작해진 사람만은 다닐 수 있는 그런 곳.” p.90
이러한 세계를 깨트린 건 사랑이다. 소마는 유오와의 약속을 위해 그의 클론을 가지고 지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수많은 사투 끝에 도달한 돔에서 소마가 마주한 돔의 주인은 어쩌면 소마의 내면을 투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는다. 살아온 세상이 뒤집히는 아주 큰 선택, 그 선택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두려움 앞에서 소마는 상실의 슬픔을 지고 숲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다.
“이곳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p.232
독서란 게 참 이렇다. 전혀 예상치 못하는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가리는 것은 '청소년'이라는 키워드가 아니었던 거다. 구하고 구해지는 서사, 이 고결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서였다. 이건 일종의 자기혐오에 비롯된 감정이다. 사실 흔히들 그렇다. 진지함을 기피하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 책으로 하여금, 나는 조금 솔직해져 보고자 한다……. 사랑의 구원은 근사하고,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