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product/270/88/cover150/8990247411_1.jpg)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를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게 한 화제의 책 <블랙 스완>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7년 4월에 출간되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이 된 셈이군요. 저자 탈레브가 현재 400만달러에 새 책을 집필 중인 '유명인'인데다가, 책의 내용을 훑어보건대, 계약상, 번역상의 애로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책 띠지에 쓰여있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앞으로 월가를 덮치리라"는 말은 자칫 이 책을 경제전망서 내지는 해설서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다만,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와 같은 르포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와 같은 전망도 아님은 확실히 해두어야겠군요. 더군다나 책에는 경제학, 경영학은 물론, 철학, 역사, 통계학, 물리학, 수학, 행동주의 심리학, 프랙털 이론에 이르는 저자의 광범위한 통찰이 담겨있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을 통해 애초부터 '검은 백조'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무책임한 예측을 일삼는 월가의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입니다. 탈레브 그 역시도 월가의 투자전문가(파생상품 전문가라 합니다)이면서 말입니다. 가히 '월가의 이단아'로 낙인될 법한 일이죠.
'검은 백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사건이라고 합니다.
①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신할 수 없고(백조는 희다는 것이 진리였겠지요),
②극심한 충격을 동반하며(검은색 백조라니, 얼마나 놀랬을까요),
③일단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 설명을 시도하여 마치 예견 가능했던 것인냥 떠드는.(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TV에서는 나름 전문가라는 분들이 시국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시도하는군요!)
실제로 극단적이고 불확실한 사건은 느닷없이 나타나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인간은 언
제나 어제의 일을 회상하듯 뒤늦은 설명을 시도해 왔습니다.('내 그럴줄 알았지'와 같은...) 굳이 히틀러의 등장과 세계대전의 발발, 9.11테러와 같은 '사건'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확신은 아무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며, 인간의 분석을 정상적인 범위로 한정해 버리는 '정규분포곡선'은 거대한 지적 사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백조는 늘 희다'는 엉성한 이론을 무기로 위험을 관리하고,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합리적' 분석이라는 미명으로 '설명'하는 금융계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분석은 막 갈아놓은 칼날처럼 예리합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금융계에 몸담고 있기에 주된 공격의 대상이 된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극단적'인 것을 '예외'로 치부하는 현대인 모두가 경청해야할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blog.ala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start.gif)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친구'인 인간이라는 종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인생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 수요일 오후, 예기치 않은 일이 이 칠면조에게 닥친다. 칠면조는 믿음의 수정을 강요받는다.
우리 인간은 임의적인 사건을 받아들이는 능력의 불균형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성공은 자기 덕분이며 실패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외부적 사건, 즉 무작위성 탓이라는 불균형이 그것이다.
![](http://blog.ala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start.gif)
기억할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