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조막만한 손자가 어여뻐도 고 작은 눈망울이 반짝여도
저는 우리 할머니 어디 탈이라도 나실까 그게 더 걱정이랍니다
할머니 그 주름진 눈으로 무얼 그리 즐거워 웃음꽃 피우셨나요
조막만한 손자 어루만지며 간 과거를 생각하시나요
아님 할머니가 못 계실 수도 있는 올 미래를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럴 때 가슴이 막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요
또 어떨 적에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워지기도 해요
할머니는 안 계시고 장성한 손자만 떡 하니 버티고 섰을 미래
지혜는 부재하고 부패하지 않는 지식만 그득 찬 냉장고가
사람은 없고 더는 사람이 필요없는 잿빛의 기계 기계들이
캄캄한 밤이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을 거리와 거리 사이가
답답하고 서늘하게 바래가는 무서운 생각 쉬 헤어나질 못해요
할머니 그리 우리 곁에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아마 머잖아 필요로 할 순간이 오면 그리워만 질 테죠
할머니 그 서걱이는 손아귀를 잠시만 좀 놓아두세요
우리는 무엇을 찾아 누구를 위해 이만큼 흘러온 걸까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천국을 저만큼 앞에다 두고
오늘도 올 미래와 간 과거 사이에서 무서운 현재를 살 뿐이죠
미련할 만치 순해빠진 후배 녀석의 착한 손에 칼자루를 쥐게 한 세상
···
"미처 예상치도 못했던 김종철 先生과의 근접 재조우
막걸리 한잔으로 얼큰하게 익어가던 미더운 이야기들
세상은 아직 우리들의 우려만큼 아프기만 한 건지요"
2002. 11. 28.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우리시대 고전(4):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 著)]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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