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아직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거지
우리는 지금 따로 떨어져 둘인 듯 살고 있지만
사실 원래 너와 나,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였단다
하나의 대지에서 태어나 하나의 공기를 숨쉬며
하나의 하늘을 바라보았었단다
근데 어느 날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렇게 하나에서 둘로 아프도록 찢어져
반세기가 무심히 우리를 지나가 버렸다구나
누가 우리를 둘로 만든 거지
누가 우리를 원래 하나였다는 거조차 잊고 살게 한 거야
아프지 않니 이제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 아프지도 않은 거니
그래도 아직은 아물지 마 더 아파야 해 잊어서도 물론 안 되고
우리는 이제 곧 만나야 하거든 머잖아 꿈 같은 일이 이루어질 거거든
그리고 그날 우리는 힘차게 서로를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안아야 하거든
꿈 같은 일이라 생각 마 세상엔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보다 이루어지는 일이 더 많으니까
하나이었던 우리를 둘 인양 서로를 가장 아프게 했던 그 때 네가 공사를 시작하고 내가 완공을 시켜
우리가 원래 하나였단 걸 아직 우리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승일교 위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한반도기를 바라본다
···
"정태욱 교수님과의 대화는 어떤 모양의 결과물을 또 낳았는지요
요즘 꽤 심한 슬럼프에 빠진 우리 까페 식구들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가지 않은 몸보다 가지 못한 마음이 더 아프고 시린 어느 날의 나"
2002. 10. 24.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발제자 정태욱 교수와의 대화:
『두개의 한국』(돈 오버더퍼 著)]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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