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뇌가 따로 있다!
뇌는 가소성이 있다. 고정적이지 않다. 불변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유전적이고 선천적이라는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뇌는 사용 여부에 따라 발달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세상은 공평하다. 노력 여하에 따라 뇌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책 읽는 뇌』 부제는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이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기초학력에 대해 공부하시는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매리언 울프라는 학자를 넘지 않고서는 이 분야를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대단하신 분이다. 용기를 내어 읽어 보았지만 초반부부터 쩔쩔 맺다. 독서와 뇌의 관계를 풀어놓은 부분에서는 생소한 용어, 접해 보지 않는 부분이라서 한 자 한 자 떠듬 떠듬 읽다시피 하면서 더디게 읽어나갔다.
도서관(강릉교육문화관)에서 대출받은 책인데 대출 기간을 한 달로 늘려 났지만 역시나 내 수준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천천히 천천히 공부하듯이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등산도 8부 능선을 넘으면 고지가 보이고 내리막길이 있듯이 이 책도 그러하다. 책 절반을 넘기면 조금씩 속도가 난다.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이지만 책은 정말 천천히 읽어야 내 것이 된다.
『책 읽는 뇌』에 의하면 독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사람은 그가 읽은 것을 반영한다. 변화된 뇌로 옮겨갈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가 바로 독서다. 소리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 상태다. 문자(print)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옵션 액세서리다. 뇌 안에 독서에 필요한 추가 회로부가 있다. 독서의 이야기는 인지적, 언어적 대발견의 총합이다.
쐐기문자를 발명한 수메르인의 독서하는 뇌의 회로는 뇌의 우반구가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다. 독서하는 뇌가 사고방식을 바꾼다. 문화가 소멸하면 언어도 함께 소멸한다. 어떤 언어로든 독서를 하면 뇌의 길이와 너비가 재편성된다. 다른 뇌를 형성한다. 지적 사고의 발달을 촉진한 원동력은 문자 그 자체다. 독서는 뇌와 씨름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독서는 인지적 유연성과 추론 능력을 필요로 한다. 통사론, 의미론, 형태론, 화용론적 언어 발달을 가져온다. 책의 언어는 어휘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복잡한 유추도 가능하게 하며 독해 수준을 향상한다. 독서는 단어에 대한 지식을 향상하며 의미를 알면 독서의 질도 향상된다. 아이의 뇌에서 제일 먼저 활성화되는 것은 후두엽이다.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도 활성화시키며 좌뇌의 브로카 영역도 영향을 준다. 독서의 발달은 어휘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마태효과처럼 명시적인 어휘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유창성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부모의 역할,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뇌를 책 읽는 뇌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매리언 울프의 독서와 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 읽는 뇌』를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