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과연 읽기가 필요할까? 읽고 쓰는 일을 꼭 해야 될까? 독서는 시간만 축내는 쓸데없는 일이 아닐까? 꼭 책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할까? 요즘 젊은이들은 웬만한 검색을 유튜브에서 한다. 알고 싶은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굳이 책을 펼칠 이유가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 반면에 AI 시대만큼 제대로 읽는 것이 어려운 일도 없다.
인류 문명의 발달은 문자의 발명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문자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지식의 전달 속도는 문자 발명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이제는 AI의 발명으로 인류의 생존 여부가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의 세대들은 아직도 인쇄되어 있는 책을 통해 정보를 얻고 교양을 쌓는 것이 수월한 분들이지만 지금 태어나는 세대부터 시작해서 40대까지는 아마도 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빨라진 시대를 살아간다.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는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에서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행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서로 간의 연결, 교류, 세상을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리터러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불통이 되는 이유도 리터러시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텍스트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만 했지 저자의 생각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텍스트를 읽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을 한 적이 없다. 오직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서 또는 내 주장의 근거만 찾기 위해서 읽고 썼다.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뜻은 텍스트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기반으로 세상을 읽고 세상을 변화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노력하고 행동해야하는지를 경험하라는 말이다. 삶의 리터러시다. 리터터시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띤다. AI가 사람보다 더 잘 읽고 잘 쓴다. 인간은 기계를 능가할 수 없다. 단,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유의 세계를 넓힌다면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해 갈 수 있다.
읽는 인간은 곧 리터러시를 할 수 있는 인간이다. 리터러시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관점을 기르고 행동으로 옮기는 기초가 된다. AI에 의존하여 읽으려고 하지 않는 인간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AI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기계의 노예로 전락당한다. 편할 수 있다. 결국 세상에서 퇴출당하게 될 것이다. AI를 도구로 삼아 적극적으로 읽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리터러시를 날마다 경험해야 한다. 텍스트를 읽고 새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던지는 질문을 넘어서 인류를 향한 고유한 질문은 읽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조병영 교수는 읽고 쓰는 능력은 타고난 재주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역량이라고 말한다. 평생 배워야 하는 능력이다. 읽기와 쓰기는 생각하는 법을 훈련하기 위한 가장 좋은 사고 도구다. 단어와 관련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경험들을 활성화하는 작업이다. 지식은 넘치지만 지력은 고갈된 사회다. 읽을거리는 많지만 읽지는 않는 거품사회다.
조병영 교수의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를 천천히 꼼꼼히 읽어냈다. 제법 분량이 많은 책이었지만 꼭꼭 씹어 먹듯이 읽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