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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서재
  • 표해록
  • 강창훈
  • 11,700원 (10%650)
  • 2020-07-27
  • : 67


한 사람이 남긴 메모들이 모여 기록이 되었고 역사로 남았다. 심지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로 평가받고 있다. 바다에 표류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장장 150일 동안 떠돌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메모한 자료들이 세계적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더구나 당시 생활상을 엿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록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본다. 

 

우여곡절 끝에 명나라 남쪽 지역에서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온 최부는 조선인 최초의 명나라 남부를 방문한 사람이 되었다. 공식적인 사신단을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명나라에 있다가 돌아온 최부는 당시 임금이었던 성종에게 보고서를 올려야 했다. 어찌 보면 결과보고서 형식을 취한 공식적인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임금에게 보고드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 필담으로 나눈 메모지였다.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메모는 그렇지 않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표해록이 오늘날까지 전해 오게 된 이유다. 왕께 공식적으로 보고 드린 공식문서였기에 가능했다. 

 

표해록을 기록한 최부는 남다른 기록 정신이 있었다. 명나라의 여러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보고 느낀 것들을 중국 역사와 함께 병행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해 결과다. 중국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역사적 가치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보다 더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관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습관이 위기 때 나타나는 법이다. 독서는 글의 수준을 높인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서만큼 정직한 결과가 없다. 

 

최부가 함께 한 일행 모두를 무사하게 인솔해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최부의 독서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 왜구로 오인받고 첩자로 몰렸을 때 그의 상황 판단은 예리했다. 명나라 관료들에게 조선에서 표류되어 온 일행들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최부가 필담으로 나눈 메모에서 그의 수준 높은 지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자고로 리더는 책과 함께해야 한다. 책을 눈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 위기 때 리더십이 작동된다. 평소에 책을 통해 습득한 감각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리더의 언어는 수준이 있어야 한다. 어휘력도 남달라야 한다. 긴 말 대신 짧은 어휘가 설득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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