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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기 4년 꽉 채우고 떠나게 돼서 참 홀가분하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교감이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4년이 최대다. 4년을 채우면 무조건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이곳으로 처음 발령받아 올 때에는 1년만 근무하고 집 근처로 가야지 마음먹었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50킬로미터 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막상 근무하다 보니 정이 생기고 오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학교 만기를 채우고 말았다.
새로 오는 교감님은 신규 교감이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제 그제 새로 발령 난 학교에 다녀왔다. 새로 발령받아 오신 교장님과 선생님들, 교직원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새 학년도 교육과정을 협의했다.
이틀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집에 와서 일찍 뻗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나 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신경을 무척 썼나 보다. 교감인데 뭘 신경 쓸 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점점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힘들다. 젊었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익숙한 곳이 좋다.
오늘부터 2월 말까지 지금 있는 학교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선생님들 호봉도 승급 처리해야 되고 내부 계획, 채용 업무, 보고 공문도 처리해야 된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도록 처신을 잘해야겠다. 떠나고 간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새로 오시는 교감님을 위해 버리고 갈 것은 깨끗하게 잊고 치우고 가야겠다. 박경리 유고 시집을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