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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시는 선생님들 명단이 발표되었다. 우리 학교에 오시는 분들 개인 연락처를 소속 학교 교감님들에게 요청했다. 다음 주에 있을 교육과정 디자인하기(새 학기 준비를 위한 교직원 협의)를 준비하기 위해 원하는 학년, 업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기존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개인 의사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서로 조율하고 조정하기 위해 사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어 일일이 전화를 드렸고 혹시 시간이 되어 학교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방문 요청을 드렸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최대한 전화로 선생님들의 의사를 여쭈어보았다.
물론 나는 이분들과 함께 근무하지 않는다. 새로운 교감님과 함께 근무할 분들이지만 기존에 있는 교감으로 최대한 내가 할 역할을 해야 될 것 같아 완성된 초안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오전부터 오후까지 만남과 대화를 가졌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씀해 주셨고 양보할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아 주셨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사람이 모여 하는 일들이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학년과 일들이 주어질 수 있다. 때로는 속상함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지만 다 이해가 된다. 사람마다 생각과 특성이 다양하기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요구할 수 있다.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꾹 참고 경청하는 일이다. 무슨 말씀이든 들어 드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학교의 여러 가지 상황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한다. 웬만하면 모두 인격적인 분들이라 수용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다.
퇴근 뒤 저녁 시간에 짬을 내어 서재에 꽂혀 있는 『꽃들에게 희망을』을 펼쳐보면 나는 과연 '학교에게 희망을'을 안겨드리는 교감인지, '선생님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는 교감인지 생각하게 된다. 뭔지 모르고 남들이 모두 꼭대기로 올라가니까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정상을 향해 가는 애벌레들의 여정을 보며 혹시나 나도 나만의 개인적 욕심을 이루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보다 정상만을 보고 향해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이제는 주변을 돌아볼 때다. 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품을 내어 드려야 할 위치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조심조심 내려가야 할 때다. 목에 힘줄 나이가 아니다. 다음 주면 나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직원을 만나며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쪽 학교에 가서 학년 조정, 업무 분장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지만 참 재미있다. 보람이 있다. 사람을 더 잘 알아가게 된다. 교감이니까 많은 교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참 좋다. 교감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