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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학교는 새로 오고 새로 가는 선생님 명단이 발표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초조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올해 학교 근무 연수 만기로 새로운 부임지로 옮기게 되었다. 나를 대신하여 교감 역할을 해 주실 분을 맞이하게 된다. 교감을 처음으로 하시게 되시는 선생님이시다. 4년 전 나도 그랬듯이 아마도 어리둥절하실게다.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 형식으로 잔뜩 설명을 듣더라도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 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험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교감의 역할도 그렇다. 오랫동안 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교감 선생님들을 만나고 직접 곁에서 하는 일을 도와드렸지만 막상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생소하고 두렵고 떨렸던 기억이 났다. 아마 우리 학교로 오시는 신규 교감 선생님도 그럴 실 거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교감의 역할이 익숙해지고 덜 두려워진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늘 새롭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가고 빈 공간이 생기면 새롭게 사람을 뽑고 채용하고 배치하고. 반복되는 일이지만 사람은 늘 어렵고 두렵다.
나도 이제 며칠 뒤면 새롭게 발령받은 곳으로 간다. 5년 차 교감이다. 소위 말해서 경험치가 충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느슨해짐이다. 대충 하려는 본성이 작동된다. 편해지려고 하고 일을 미루려는 생각이다. 그런 본능을 거부하고 저항해야 한다.
그러던 찰나에 그림책 『심부름을 가요』를 만났다. 아주 간결한 그림책이다. 심부름을 가는 아이가 중간중간 심부름 받았던 내용을 까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내용이다. 결국은 심부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맞다. 한 눈 팔 수 있다.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심부름을 가는 목적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심부름을 다녀오는 그 자체에 있다.
심부름
교감 5년 차, 내게 다가온 키워드는 '심부름'이다.
심부름 가듯이 교직원들을 잘 섬겨야겠다.
한 눈 팔 수 있더라도 심부름해야겠다는 그 정신은 잃지 말아야겠다.
"심부름,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