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지 않을 때 우리의 영혼은 메말라 가고 자기중심적이 된다" (138쪽)
토마스 머튼의 영성 기록을 쉽게 풀이해 놓은 책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영성이라고 해서 현실을 떠나 명상에 잠긴다는 뜻이 아니다. 진정한 영성은 토마스 머튼에 의하면 그리스도를 알아가는 것,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신교와 카톨릭에서 생각하는 영성에 대한 약간의 차이점이 발견된다. 봉쇄수도원을 중심으로 세상과 단절된 체 오직 기도와 말씀, 노동으로 육체적인 금욕과 함께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이 카톨릭의 형태라면 개신교는 세상 속에서 현실을 인식하고 말씀을 적용하는 묵상 중심의 형태가 영성의 흐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비교다.
어떤 종교든 자신이 신뢰하는 신께 간절한 마음으로 찾고자 애쓰는 행위 그 자체는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게 느껴진다. 특히 기도라는 행위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기 쉬운데 대부분의 종교 영성가들은 기도를 통해 신께 나아가는, 그리고 신과 일체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 일반인들과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침묵 수행으로 유명한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수사들도 가능한 한 정해진 기도 시간을 통해 온전히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집중하며 자신의 나머지 시간들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도 사랑을 실천하기 위함일 것이다. 토마스 머튼도 깊은 영성을 자신 안에만 가두지 않고 밖으로 이웃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 다음 세대들에게 도전이 되고 귀감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영성에 이르는 비법이나 방법을 논한 책이 아니다. 오로지 토마스 머튼이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깊은 일체를 이루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들을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다. 기도라는 것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웃을 위해 하는 것이며 극히 개인적인 욕심에 치울 칠 수 있는 우리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기도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선선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온다. 기도하기 아주 좋은 때다. 기도함으로 메말라 가는 우리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실 절호의 기회다. 우리의 육체를 돌보는 일에는 온갖 심혈을 기울이면서 왜 우리의 영혼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수수방관하는지 뒤돌아볼 때다.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는 영혼이 살아 있을 때 힘이 있다. 분주하고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잠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금 나의 영혼의 상태는 어떤지 살펴보며 점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