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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서재
  •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 15,300원 (10%850)
  • 2019-08-09
  • : 2,905

청년 세대들의 구직난이 심각하다. 대학을 졸업한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꿈조차 갖는 것도 사치일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우리나라가 변해버렸을까? 언제부터 취직이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워졌을까? 단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급감했기 때문에 일자리가 없는 것인지, 잘못된 국가 정책 또는 누군가의 자리 독점으로 인해 생긴 피해인지 살펴볼 시기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은 이러다가 손을 델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의 세대』에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특유의 '동아시아적 위계 구조'를 분석하고 있으며, 현재 정치적으로 경제적 사회 각 층에서 권력을 쥐고 잇는 386세대(60년대생으로 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세대)가 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386세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기 보다 산업화 세대로부터 시작된 부의 대물림, 자산 증식을 통한 가문의 보존, 정보화시대의 특수를 입고 대거 기득권의 자리에 서게 된 386세대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좀 더 나아가 '세대 간의 갈등', '세대 내의 갈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먼저, 청년 세대들의 구직난이 심한 이유를 살펴보자.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노동의 유연화를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듣도보지도 못한 '비정규직'을 배출(?)하게 된다.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일할 사람은 뽑아야 되고. 그러다보니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비정규직'을 받아 들이게 되었고, 마음에 따라 언제든지 쫓아내도 괜찮을 사람 취급해 버렸다. 지금은 출산율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일할 사람이 적어 일자리가 걱정 없이 풀릴 것 같지만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청년 세대들이 취직하기가 바늘구멍보다 좁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년 세대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속사정은 사실 따로 있다고 본다. 386세대 즉 지금의 50대 중반~60대까지 정보화 붐으로 특수를 누린 그들이 기업의 임원이 되거나 회사의 중역이 된 시점에서 결코 그 자리를 내려오지 않기에 신규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386세대가 20대였을 때 정치적으로 , 경제적으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평등과 분배를 강조했던 그 구호는 도대체 무엇이었는가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독특한 위계구조를 가지고 있다. 벼농사를 기반으로 조성된 마을 문화에서 연장자의 지혜와 지식이 존경받던 시대에 모두가 연공서열을 당연하게 여겼었다. 산업화 세대가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다만 그들이 활동했던 장소가 변화되었을 뿐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그들은 '동아시아적 위계구조'를 발휘하여 국가의 지속적 성장 정책에 이바지하였으며 그 부산물로 적당한 지위와 부를 보상받게 되었다. 산업화 세대의 자녀인 386세대는 아버지 세대보다는 진보적인 사고 방식으로 정치적인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였지만 막상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자본'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386세대의 승승장구는 끝없어 보인다. 급기야 모든 영역에서 한 자리씩 자리 잡게 되었고, 이제는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에 변화가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지는 없는 것일까? 세대 내에서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노동 소득보다 자본 소득이 높은 있는 집 청년들은 금수저의 반열에 올라 취업 걱정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정도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반면 흙수저로 불리우는 청년들은 88만원 세대를 넘어 살 희망조차 잃어버리고 있다.

 

왜 386세대는 산업화 세대에 이어 그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할까? 앞으로 청년 세대의 고민을 풀기 위한 방법은 기득권 세대의 통큰 양보와 결단만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연금 고갈로 다음 세대들은 앞선 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세금 부담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연금 세대들이 자녀 세대들을 위해 연금 보장율을 스스로 낮추거나, 있는 집 세대에서는 자산에 대한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의식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노조가 거대한 이익 집단이 되었고, 취약 계층인 청년과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커지고 있으며, 저항 세대였던 이들이 갑자기 '이익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 현실을 구체적인 증거를 들며 까발리고 있다. 청년들에게 인내하면 좋은 시절이 온다고 구슬리는 시대는 한물 갔다. 기업은 점점 등치가 커져 가고 있지만 인건비를 유지하기 위해 청년 세대의 신규 채용을 줄여가고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 '386세대'라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장악한 리더들이다. 청년들에게 자신들은 겪어보지도 감당하지도 않았던 노동 유연화의 기제들을 강요하고 있다. 386세대가 리더가 되면 조금 달라지겠지 하고 기대했던 많은 이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현실을 '세대'의 앵글로 바라보고 분석한 『불평등 세대 』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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