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며 생활하는 세계의 대부분은 김영삼과 김대중이 14대, 15대 대통령을 역임한 10년간 만들어졌다. 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하는 일은 물론이요,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 제도, 미국식 기업 경영 방식과 IT 산업의 발전, 그리고 남북 관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문제의 해결책까지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와 생활 일반에는 두 전임 대통령의 흔적이 깊고 넓게 남아 있다.”(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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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역사』에 이어 같은 작가의 책 『리더의 상상력』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은, 두 책이 다룬 소재는 달라도 문제의식과 해법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신화의 역사』 서평에서 과거 사람들이 신화를 통해 가치를 공유한 것과 달리 현대인들은 가치의 부재 속에 도리어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래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리더의 상상력』에서 우리가 기꺼이 따랐던 가치를 제시한 두 명의 정치인을 만났다. 바로 김영삼과 김대중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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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상상력』에서 심용환 작가는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의 통치를 2020년대 한국 사회의 출발로 꼽는다. 극단화된 양극화와 그로 인한 갈등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 유산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부인할 수 없게 된다. 가령 부당한 권력을 탄핵할 수 있는 민주적 시민 의식과 민주 제도, 여전히 최상위권 경쟁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 케이팝과 영화 등 소프트 파워까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공직자 재산 공개와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같은 김영삼의 정치개혁, 그리고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실행한 산업 구조조정, 과감한 IT 산업 도입, “지원하되 간섭은 않는다”로 대표되는 김대중의 비전이 크게 기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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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독재와의 투쟁이라는 배경과 두 사람의 성격(추진력의 김영삼, 숙고의 김대중)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 이력에서 그들이 제시하고 일부는 성취한 정치적 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비전이 특별했던 것은, 저자의 말대로 두 사람이 2020년대 한국을 있게 한 첫걸음인 동시에, 비전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권력에 대한 이해도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세운 기초 위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민주국가이자 산업국가가 되었고, 자랑할 만한 소프트 파워를 보유하게 됐다. 정치에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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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두 사람의 비전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것은 두 사람이 각자의 비전을 통해 정치의 소중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신화의 역사』 서평에서 나는 세속적 이념이 종교를 대체한다는 정치학자 샤디 하미드의 말을 인용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 자리를 가장 크게 차지한 것은 정체성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극한의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치철학자 수전 니먼의 말대로 정치는 부족화되었고, 정체성 바깥의 문제는 외면하게 되었다는 것. 한국 정치 최대의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가 “상대편 정파를 청산할 우리 편 대통령 선출 과정”이 되어가는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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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김대중 이후로 정파 사이의 갈등은 더욱 강렬해졌고 이제는 정체성이 사회적 과제를 압도한다. 이 분열이 더 나은 사회로 이어질까? 나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바로 지금 김영삼과 김대중의 비전과 리더십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와중에, 공동체에 던져진 과제는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요즘이다. 두 정치인이 제시하고 시민들이 공유했던 비전이 절실해졌다.
덧. 정치적 리더십과 비전의 관점에서 복기할 만한 대목 위주로 정리하다 보니 김영삼과 김대중의 한계를 다루지 못했는데, 심용환 작가는 두 정치인의 한계를 부정하지 않으며 나 또한 격하게 동의한다. 다만, 분량이 한없이 길어질 테므로 그 한계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관심이 있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