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첫째는 역사를 왜곡했을까 봐. 둘째는 너무 처참한 나머지 오열하게 될까 봐. <경성 최고 화신미용실입니다>는 마지막 장까지 그런 걱정 없이 읽었다. 잘못 다루면 한없이 무거워지는 주제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잘 담아낸 덕분이다. 목숨과도 같았던 머리채를 사수해야 했던 그 시대 여성들이 뼈말라로 대표되는 과도한 미의 기준에 허덕이는 요즘 여성들을 보면 뭐라고 할까?
모쪼록 요즘 여성들이 상업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튼튼한 마음으로 건강한 몸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상투를 자른 것은 당신이 스스로 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일본의 강압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 강압을 받아들인 것이다.- P65
일본인이 지배하는 조선에서 산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온갖 핍박과 불공평함, 차별에 익숙해지는 것이라 했다. 그것에 의문을 품고 항의를 시작하면 조선 땅에서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걸 하루라도 빨리 바꾸려고 인덕이 부모님이 멀리 떠난 것이라고 했다. 인덕이만큼은 다른 누구의 땅도 아닌 조선인의 땅에서 조선인으로 살게 해 주겠다고 말이다.- P115
"이 경기가 남과의 경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야. 그러니 너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연마해라. 아주 날카로운 너만의 무기를 만들어. 그럼 네 앞을 스치는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잡아 낼 수 있을 게다."- P126
"내 머리칼을 자르는 것이 여기 있는 젊은이들이 자기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백 번이라도 나설 겁니다. 꿈을 가지고 튼튼하게 자란 조선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조선이란 이름을 되찾아 줄지 누가 압니까? 나는 그 세상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공평하게 노력하고 경쟁하는 세상,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결국 이루어 내는 세상 말입니다."-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