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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디스사운드
당근 해볼까?
책디스사운드  2025/12/02 09:03
  • 아무튼, 당근마켓
  • 이훤
  • 10,800원 (10%600)
  • 2023-09-15
  • : 523

당근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지인이 있다. 괜찮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얻을 때도 있고, 진상을 만나 물건을 팔기도 전에 진이 빠지는 모습도 보았다. 후자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한 나머지 당근을 해본 적은 없다. 앱은 깔았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당근에 들어가서 한 일도 살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유용한 정보를 얻은 뒤로 방치해둔 앱을 켜보았다. 책에 언급되었던 메뉴도 보이고, 예전에 스치듯 보았던 판매글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실도 발견했다. 사기가 늘었으니 조심하라는 글과 어느 산 정상에 올랐다는 후기가 같은 화면에 공존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서 펼쳤던 벼룩시장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필요한 물건은 언제든 생기게 마련이니 조만간 나도 당근 해볼까?

물건은 그런 힘이 있다. 유효기간 있는 처방약처럼 즉각적인 위안을 주는.- P12
활자와 이미지로 빼곡한 SNS에서, 중고 거래의 장에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 이름일 동안 당신은 얼마큼 당신인가.- P59
사진도 여느 물건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소실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데, 사진 또한 어딘가 보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화된 사진도 파일로 저장되는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기에, 사진 또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자연스럽게 잊히고 바래고 지워진다. 그것을 간직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 또한 천천히 사라진다.- P66
"너희가 왜 당근 하는지 알겠어. 나도 가끔 여기서 살 것 같아. 근데 지난번에 다솔이가 말했잖아, 패션도 언어라고. 패션은 내가 유창해지고 싶은 언어는 아닌 것 같아."- P77
30여 년 동안 컵과 화병을 계속해서 찾고 들이고 아꼈을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게 들인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혼자 움켜쥐지 않고 놓아주기로 선택한 건 좋음이 내 반경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겠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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