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디스사운드
  • 아무튼, 예능
  • 복길
  • 10,800원 (10%600)
  • 2019-09-02
  • : 1,632

주말을 예능과 함께 보냈던 때가 있었다. 아니,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든 예능을 꿰고 텔레비전 앞을 사수하던 때가 있었다. 마치 전생처럼 가물가물해진 날들이다.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텔레비전 리모컨부터 찾으려고 할까? 생각해봤는데 아닐 것 같다. ‘저 사람, 저렇게 말해 놓고 나중에 그런 사고를 쳤지.’,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니. 하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네.’하는 시큼씁쓸텁텁한 감상만 잔뜩 늘어놓게 될 테니까.

일찍 잠들기도, 밖에 나가 무언가를 하기도 애매모호한 시간을 웃음으로 보낼 수 있는 예능을 기대해보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전부 나한테 해롭지? 왜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인내하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행동하고, 반성해야 하지? 어른이 되면 내가 직관적으로, 본능적으로 선택한 것들이 다 옳은 것이 되는 거 아닌가?- P25
이제 크게 바라는 건 없다. 진짜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다. 거창한 말들에 속지 않고 매일 무언가가 쌓이고 걸러지는 ‘그저 그런 하루’가 필요하다/- P27
가슴속 이야기들이 쌓이고 견딜 수 없어 곪은 상처가 터졌을 때는 여자가 죽고, 당하고, 슬퍼하다 원혼이 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기는 이 세상 곳곳에서 절규가 시작된 때였다.- P42
고민에 경중은 없지만, 그 고민을 풀어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P44
나는 결혼 여부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그것이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시대의 결혼 예능이 궁금하다.- P55
학습에 재능이 있거나 부족한 재능을 뒷받침해 줄 환경이 되는 극소수 아이들이 그 가치를 향해 조금씩 성취해가고 있을 때, 학교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순응이나 포기 외에는 어떤 가치도 가르칠 예정이 없었다.- P61
노후라는 건 전전긍긍하며 대비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많은 여자들의 삶을 통해서 배운다.- P69
예능 속 남성 출연자들을 보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감정적인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내뱉는 데 확신이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P74
2010년 대종상은 정말 사랑이 많은 영화제였다. 아무리 한 해에 좋은 영화가 많았다지만 정말 누구에게도 소외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열 개의 작품을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선정해버린 영화제! 그러면 열 개에도 들지 못한 작품들의 슬픔은 누가 책임지지 싶지만 그거는 내 알 바 아닌! 그런 막무가내 선택적 박애정신!- P80
‘우리가 이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느냐’는 자기연민도 쉽게 내비친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들에게 무안함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낀다. 이 모든 상황이 지겨워서 사람들은 한국 코미디를 외면한다.- P92
연극 형태의 한국 오픈 코미디가 과거의 명성을 찾으려면 경쟁 상대가 된 대안 매체의 저속함에 억울함을 갖기보단 그것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진짜 오락이 무엇인지 훌륭한 기준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P94
역사를 말하고, 소외된 것을 듣고, 불의에 참지 않으며,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든 기회가 오로지 남성에게만 주어진 방송을 보면서 공감하고, 감동하고, 응원하는 일도 앞으로는 할 수 없다.- P100
그러나 나는 정말 리얼리티 예능에서만큼은 그 사람이 존중받고 있다는 연출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117
중년 남성들의 친목 도모와 취미 계발, 잊고 살아온 꿈과 열정을 되찾는 경험 따위를 늘어져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10대 여성 시청자인 나에게 무슨 재미가 있었겠나.- P137
불법 촬영물 유포와 소비 행태가 기상예보처럼 매일 매 시각 고발되고, 권력형 성범죄와 그에 대한 수사의 미진함이 지탄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중년 남성들의 섹스 토크 같은 것들이 ‘위트’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무서워서 뭔 말을 못하겠다’하면서도 결국 말을 해온 사람들은 정말 이제 닥쳐야 할 때가 왔다.- P167
나는 주변이 아닌 자기 앞길만을 챙기는 남성 예능인이 위대한 인물로 추앙되는 것을 저지할 것이다. 혐오스럽고 둔감함 발언에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오직 남성 동료만을 챙기는 인물에게 더는 ‘하느님’이나 ‘국민 MC’ 따위의 찬사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다.- P181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