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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디스사운드
  • 아무튼, 순정만화
  • 이마루
  • 10,800원 (10%600)
  • 2020-02-01
  • : 1,202

아빠와 함께 갔던 작은 서점에서 <밍크>를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난다. 책 냄새가 폴폴 나던 아담한 책방에서 시작된 순정만화와의 인연은 꽤 오래 이어졌다. 월간지의 폐간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의 단행본만 보다가, 요새는 웹툰과도 멀어지고 말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멀어진 줄도 몰랐던 친구와 우연히 다시 만난 기분이다. 익숙한 작품이나 낯익은 작가의 이름이 나올 때 더 반가웠는데,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다 슬픈 소식을 더 많이 접해서 숙연해졌다.

‘이번 달 밍크’를 기다리며 서점으로 달려가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말할 때마다 슬퍼지지만 한국 순정만화 시장의 몰락은 급격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를 놓치면서 그 중요한 시기를 함께 견인한 대다수 독자들에게조차 만화는 현재진행형의 취미가 아니라 추억으로 남게 됐다.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면에서 잔인하다. 대가 없는 애정을 쏟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특별한 이유나 계기도 없이 느닷없이 그 마음을 철회해버리니까.- P41
최근 많은 여성 소비자가 여자들의 이야기에 환호하는 심리는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꼴보기 싫다’는 것보다는 ‘여자 캐릭터의 고유성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들 이야기를 더 보고 싶지 않다’에 가까울 것이다.- P53
순정만화를 다시 펼치면 그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이 새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조차 잊고 있었던, 그때는 그 특별한 반짝임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P55
영원한 사랑을 찾으면 삶의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같은 ‘열렬한’ 순정만화를 그릴 수 있는 시기가 만화가에게도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더 이상 고교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서 그릴 수 없는 시기가.- P82
다이고는 안이 더없이 소중하지만 상대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안에게 말한다. 이제 달콤한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널 행복하게 해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 자신이라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지지 말라고. 너는 약하지 않다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무모할 만치 순진한 마음이 다른 차원의 애정과 신뢰로 바뀌던 순간.- P103
흔히 쓰이는 여고생 운운하는 이 말이 그렇게도 듣기 싫은 건 남자들의 관계성을 기본형으로 두고 여자끼리의 관계는 우정의 형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고, 폄하할 준비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겠지.-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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