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 중에서 특히 탐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 2인조의 실체가 차례로 드러나는 부분은 콩트 같고, 그들이 1억을 위해 의기투합했을 땐 인간극장 같다. 하필 얽혀도 어떻게 저런 가족과 얽혔을까? 가정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와 희생양인 모자라니! 특히 평생 맞고 살다가 도망친 어머니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죽임을 당하기 전에 남편을 죽일까 봐 도망친 것도, 도망친 후에 멀리서 아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것도, 생활고에 시달린 아들이 손녀를 보육원에 맡기는 걸 보고 손녀를 데려오는 것도. 모두 있을 법한 설정이라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폭력적인 남편을 향한 공포와 원한, 연민이었다. 아들 역시 하나만 하진 않았는데 착한가 싶으면 나쁜 면모가 나오고, 최저다 싶으면 더한 면이 나오는 반전이 캐릭터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해줬다.
나쁜 놈이 주인공인 소설은 끝이 해피엔딩이면 찝찝하고, 베드엔딩이면 김이 빠지는데 이 소설은 엔딩의 무게를 적절히 조절해서 깔끔하게 끝을 맺었다. 꺼림칙함이 남았던 <용의자들>보다는 유쾌하게 볼 수 있고, 반전 하나에 모든 것이 달라진 <홍학의 자리>보다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