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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의 도서관
  • 시간관리국
  • 캘리앤 브래들리
  • 17,820원 (10%990)
  • 2026-03-06
  • : 20,140

과거 사람들을 데려오는 관리국

어머니가 캄보디아 난민인 ‘나’는 국방부에서 캄보디아어 통역을 하다 어딘지 모르는 ‘국’에 지원했다. 6차 면접이 진행되면서 알게 된 이 ‘국’의 정체는 ‘시간관리국’이었고, 나는 이주자 감시원으로 지원한 것이었다. 내가 관리할 이주자는 1847년 북극 항해 중 죽을 위험에 빠져 있던 그레이엄 고어. 타임머신이 발명되었고, 과거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와 현재 사회에 적응하는 동안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내 임무다.


과거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다섯 사람. 1645년부터 1916년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현재로 옮겨졌다. 타임 패러독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이주자들은 모두 죽기 직전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현재로 온다고 해서 미래의 타임라인이 바뀌지 않을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적게는 100년에서 많게는 400년의 세월을 넘어 현재로 온 사람들. 이들은 현재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은 정말 과학적인 연구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타임머신이라는 흔한 소재

흔한 소재인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너무 많은 SF 소설에서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닳고 닳았을 법도 한데, 여전히 새로운 타임머신 소설이 등장한다. 너무 많지만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타임머신이 등장하면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동안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대충 어떤 진행일지 예측해 보고 글을 읽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타임머신을 다루는 소설가들의 관점이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 보통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미디어는 타임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는 편이었다. 과거가 변화함으로써 변하는 현재의 모습이라든지, 과거를 변화시켜 미래를 바꾸려 하지만 결국 결과는 변화가 없다든지, 아니면 과거를 변형하면 다른 우주가 생긴다든지. 어떻게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패러독스를 해결하고 나서야 이야기가 진행됐다.


‘시간관리국’은 좀 다르다. 과거에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미래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냥 퉁치고 넘어간다. 나비효과를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신체가 과거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자체가 미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지만, 작가는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예전에 읽은 소설 중에는 과거에 가서 발자국 한 번 남겼다가 역사가 바뀌는 결과를 빚어내는 것도 있었는데 말이지.


가장 최근에 읽었던 ‘킨 Kin (옥타비아 버틀러)’도 그렇고 ‘시간관리국’도 그렇고, 시간 이동에 따른 과학적인 흥미보다는 그중에 벌어지는 인문학적인 주제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이주자가 현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나’ 같은 사람을 ‘가교’라고 하는데, 이 가교들이 수백 년 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많은 인식의 차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인종에 관한 문제,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현재에 부각되고 있는 흐름인지, 아니면 작가의 정체성에 의해 생겨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간관리국’의 저자는 캄보디아계이고 여성이다. 앞서 말한 ‘킨’의 저자 역시 여성이고 흑인이다.


장르소설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가교들은 이주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이주자 한 명에 가교 한 명씩,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일상생활을 돕는다. 그들에게 언어도 가르쳐야 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도 알려 주려면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전반부의 내용은 이주자들과 가교들이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들이 너무 길고 너무 자세하다. 분명히 주요 사건이 벌어져야 하는데 책의 반을 읽는 동안 소설을 관통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씩 뭔가를 던져 주긴 하지만 본격적이지는 않다. 첫 절반은 무척 지루하다는 거다.


한참 지나서, 책의 절반도 지나고 또 남은 절반도 지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음모도 나타나고 계략도 보인다. 그런데 이게 너무 늦다. 장르소설의 매력이라 하면 처음부터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처음 절반을 너무 세세한 이주자들의 생활과 ‘나’와 1874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뭔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는 이미 지쳐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그 계략이라는 것도 치밀하지도 못하고 어설프다.


집중해서 읽기엔 너무 번잡하다

이 소설은 결국 시간의 문을 둘러싼 과거, 현재, 미래 사람들의 갈등, 그리고 과거를 바꿔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이게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작가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인종 문제, 동성애 문제 등 잔가지가 너무 많다. 게다가 그걸 잘 녹여 내지도 못했다.


또 하나는 도대체 왜 그레이엄의 과거 행적을 교차로 각 장 마지막에 붙여 놓았는가 하는 것이다. 마치 그레이엄에게 대단한 계략이나 음모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데,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맥거핀일 뿐이다. 주요 내용과 아무런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SF적인 설계나 반전의 치밀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죽고 아델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흡입력이 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나’와 1874의 로맨스도 그저 그렇다.


★★

그냥 재미없는 SF 소설이 한 권 추가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포함해 최근 몇 권의 SF 소설을 읽으면서 실망이 많이 커져서, 출판되기만 하면 구매하던 버릇을 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하지 않는다. 재미없다.

시간관리국, 캘리앤브래들리, SF소설,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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