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리스베트.
지금 내가 쓰는 이 편지를 조만간 네가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내 노트북에 남겨둘게. 재작년에 네가 어떻게 벤네르스트룀의 하드디스크를 접수했는지 내가 잘 기억하고 있거든. 그때 내 것도 해킹했겠지?- P382
"내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예요. 밀톤 시큐리티의 임무로 간주하고 진실을 밝혀주세요. 단지 그뿐입니다. 리스베트가 정말로 그 셋을 죽였는지, 죽였다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습니다."- P388
"리스베트를 치료하는 데 어려웠던 점 하나는 그녀의 병명을 완전히 진단해낼 수 없었다는 겁니다. 치료에 지극히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죠.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고 어떤 치료법에도 참여하기를 거부했어요."- P392
드라간의 수사팀은 형식적으로 경찰의 공식수사에 부속됐으나 드라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가급적 리스베트를 보호하려는 게 그의 개인적인 의도였다. 즉 진실을 알아낸 후 정상참작이 될 만한 사실들을 찾아낼 심산이었다.- P396
미카엘은 파일을 닫고 머리를 긁어댔다. 다그와 미아의 살해범을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 하지만 문제는 리스베트가 살인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말해주는 단서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리스베트의 결백을 믿는 유일한 근거는 그녀가 엔셰데에 가서다그 커플을 죽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P419
"그런데 혹시 살라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봤습니까?"
군나르는 멍하니 미카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혼란스러워 미카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라‘고 뭐고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라?!
말도 안 돼!- P435
"솔직히 그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입니까, 아니면 유능한 조사원입니까?"
"리스베트는 그저 조금 다를 뿐입니다. 극도로 비사회적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정신이상자는 절대 아닙니다. 천만에요. 나나 형사님보다 훨씬 더 똑똑한 여자예요."- P461
오히려 지금 이렇게 끝난 건 아주 잘된 일이지."
"왜죠?"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리스베트는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될 테니까. 이번에는 아주 오랫동안 있겠지."- P470
아무도 모르는 익명의 존재로 조용히 살아보려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노력했는데 이제 그녀는 스웨덴 왕국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공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P477
열세 살이 되던 날 밤, 리스베트는 페테르와 아니 이 세상의 그 어떤 심리학자나 정신과 전문의와는 더이상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준 생일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P486
미카엘의 편지를 열어본 그녀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녀의 내부에서 상반된 감정들이 뒤얽혔다. 지금까지는 스웨덴 전체가 자신의 적이었다. 그녀로서도 별반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합군이 한 명 튀어나왔다.- P496
그녀와 복싱을 한다는 건 전혀 불가능했소. 그녀의 복싱스타일은 오로지 하나, 이판사판으로 주먹을 휘둘러대는 거지. 선수들 은어로는 ‘터미네이터 모드‘. 워밍업을 할 때나 친선 스파링을 할 때나 항상 똑같았고.- P518
미카엘이 리스베트의 파일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세 시간 후였다. 그는 메시지를 읽었다. 한 줄씩 빼놓지 않고 적어도 다섯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다그와 미아를 죽이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말을 믿었고, 동시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그녀가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P532
"내 말은, 만일 열두 살짜리의 어린아이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정도라면 그 이유가 될 만한 어떤 일이 일어났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리스베트의 경우엔 무언가 엄청난 것, 어떤 중대한 사건이 터졌겠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건이 그녀의 과거에 대한 장문의 기사는 빠져 있어요."- P551
"난 너하고 협상하지 않을 거야. 기회를 두 번 주지도 않을 거고. 내 질문에 재깍재깍 대답하지 않으면 죽어. 제대로 대답하면 살고. 아주 간단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믿었다.- P559
리스베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들어올렸다.
"살라는 누구지?"
페르오케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다그가 그를 괴롭혔던 질문이 또다시 나왔다. 그는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P565
파올로의 증언은 룬다가탄에서 리스베트가 습격당했었다는 미카엘의 진술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었다. 그리고 이 삼중살인 사건이 광기어린 정신이상 여성 하나가 저지른 행위라는 이제까지의 가정은 대번에 힘을 잃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스베트가 당장에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P607
금발거인은 스스로를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살라의 그 무시무시한 전략적 능력은 더욱 존경할 만했다.
그들이 협력해온 지도 벌써 십이 년째였다. 그동안 많은 것을 얻을수 있었던 금발 거인은 살라를 자신의 멘토처럼 존경했다.- P620
군나르가 손을 내밀자 미카엘이 그 손을 잡고 악수했다. 지금 그는 범죄행위를 은폐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었지만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건 자신과 <밀레니엄>이 군나르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는 약속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그의 원고에는 이미 군나르의 모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카엘은 무슨 일이 있어도그 책은 출간할 생각이었다.- P639
"지금 살라는 예순다섯 살 먹은 늙은이인데다 중증장애인이오. 다리 한쪽을 절단해서 제대로 걸어다닐 수조차 없지. 그런 사람이 오덴플란에서 엔셰데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을 쏴 죽여? 그가 누군가를 죽이려면 우선 구급차부터 불러야 할 거요."- P658
‘그들에게 문젯거리는 살라첸코가 아니었어. 리스베트 살란데르,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깨뜨려버릴지 모르는 그 미친 계집애가 오히려 문제였던 거야.‘- P683
리스베트는 스스로를 저주했다. 이건 자신의 잘못이었다. 깊은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자신은 감춰둔 집에 숨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온갖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면서 밈미를 모두에게 다 알려진 집에 방치해두었다.- P698
리스베트는 다시 새 파일을 하나 만들어 거기에한 줄을 적었다.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어요.- P700
이제 미카엘은 이해할 수 있었다. 리스베트는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였다.- P722
"미카엘......"
"그래,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 하지만 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리스베트 편에 서고 싶어."
에리카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730
이걸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만 네 이복형제가 로날드만은 아니라고. 적어도 형제 넷과 자매 셋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어. 네 형제 하나는 말할 수 없이 지독한 멍청이지만 다른 한 녀석은 그나마 가능성이 좀 있어. 탈린에서 우리 지사를 운영하고 있지.- P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