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 항우는 한왕 유방에게 항복했다 되돌아온 왕들을 이전과 달리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모두 지난 죄를 묻지 않고 봉지를 되찾을 때까지 자신을 따라 싸우는 것을 허락했다.- P175
패왕이 엉뚱하게도 한왕을 뒤쫓는 대신 제나라를 다시 치겠다고 하자 범증은 애가 탔다. 귀담아 그 말을 들어줄 만한 사람은 모두 내세워 패왕의 뜻을 바꿔 보려고 애썼다.- P177
‘아부)의 수단이 너무 비루하구나. 아무리 일이 급하기로서니 한낱 궁궐 안의 여인네에게까지 손을 내민단 말이냐.‘- P178
"대왕, 그게 바로 한왕 유방입니다. 유방이 그와 같은 자이기 때문에 신은 대왕께 그자를 어서 잡아 죽이라고 재촉하는 것입니다."- P181
이제 바람은 대왕 편에 섰습니다. 부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하루빨리 대군을 일으켜 형양으로 가서 유방을 사로잡고 천하 형세를 결정지으십시오!"
범증이 마침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듯 다시 한번 패왕을 부추겼다.- P186
대장군 한신도 팽성의 참패에서 받은 충격 때문인지 사람이 달라진 듯 변해 있었다. 한왕을 따라 팽성에 들 때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서생 티는 이제 깨끗이 벗겨지고, 일군의 총수다운 과단성과 위엄을 갖추었다.- P188
내 남아 대장부로 태어나 어찌 일생에 두번씩이나 항복으로 목숨을 구걸하겠는가. 그래도 명색 한 땅의 임금이었으니 임금답게 죽을 뿐이다.‘
장함은 그렇게 자신을 다잡으며 빼 든 칼로 제 목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P205
위나라 정벌의 뒤처리까지 마친 한신은 형양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시 동쪽 조나라로 눈길을 돌렸다.- P233
한왕은 고심 끝에 장이를 닮은 사람의 목을 잘라 진여를 속이고 그를 한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런데 팽성 싸움을 통해 장이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진여는 하루아침에 한왕을 저버리고 초나라로 돌아서버렸다.- P236
"범증이 항왕을 달래 제나라와의 화호를 받아들이게 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초나라는 동북쪽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항왕은 구강왕 경포에게 잇따라 사자를 보내 함께 출병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경포도 차츰 마음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P261
"아무래도 여기까지 와서 조나라를 그대로 버려두고 군사를 모두 형양으로 돌릴 수는 없소. 사자께서는 먼저 돌아가셔서 이글을 대왕께 전해 주시오. 이대로만 하면 대왕께서 큰 낭패를보시지는 않을 것이오."- P262
위(魏)와 대(代)를 평정한 한신이 장이와 더불어 군사를 이끌고 조나라로 내려온다는 소문은 조왕 헐과 성안군 진여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에 그들은 대나라에서 조나라로 들어오는 길목이 되는 정형 길 조나라 쪽 어귀에 군사를 모아 놓고 기다렸다.- P263
반드시 뒤로는 더 물러날 수 없을 만큼깊은 물을 등지고 진을 쳐야 하오!- P274
먼저 지나간 한군이 지수 가에 진을쳤다는 말을 듣자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그것들이 많지도 않은 군사로 물을 등지고 진세를 벌였다고? 도대체 한신이란 더벅머리가 병법을 알기나 한다더냐? 예부터 배수는 흉이라 하였거늘..."- P276
"더 물러날 곳은 없다. 이기지 못하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어찌하겠느냐? 싸워 이겨 비단옷 걸치고 고향의 부모처자에게 돌아가겠느냐? 개돼지처럼 죽음을 당해 흰 뼈를 이 지수 가에 흩겠느냐?"
한신의 그런 외침에 잠시 지수 가가 조용해졌다.- P283
한신의 사자가 힘들여 달랠 것도 없이 연왕 장도는 스스로 한왕 밑에 들기를 빌었다.-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