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 유 아무개도 끝인가. 교룡의 씨, 적제의 아들이란 것도 지어 내 퍼뜨린 한낱 허황된 거짓말로만 세상을 떠돌다가 잊혀지고 말 것인가. 아득한 푸른 하늘아, 나를 지어 이 땅에 보낸 뜻이 겨우 이거였더란 말이냐?"- P117
천하가 무엇이기에 그들과바꿀 수 있다는 것이냐. 그들의 목숨과 바쳐야만 얻을 수 있는천하라면 내 바꾸지 않으리라. 바꾸지 않으리라!- P120
범증은 하후영이 헤아린 것처럼 그리 어수룩한 사람이 아니었다. 태공 내외와 여후를 사로잡았다는 기별을 받고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방을 잡아 죽여야 합니다. 저 홍문에서처럼 또다시 유방을 달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P130
하후영이 돌아보니 놀라 뻗대는 공자와 공녀의 팔을 움켜잡고 수레 뒤쪽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대왕, 무얼 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것들 때문에 수레가 늦어진다. 이렇게 달려서야 어떻게 뒤쫓는 적을 떨쳐 버릴 수가 있겠느냐?"- P131
한왕이 다시 칼을 뽑아 들고 시뻘겋게 핏발 선 눈으로 하후영을 노려보며 꾸짖었다.
"어제 하루만 해도 과인의 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졸들이 죽을 구덩이로 뛰어들었느냐? 그렇게 건져 놓은 과인의 목숨을 저 못난 것들 때문에 잃어도 되겠느냐? 어서 그것들을 수레 아래로 내려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다!"- P133
먼저 웃고 나중에 울게 된 꼴이 난 한왕 유방은 달랐다. 수십만의 장졸을 잃고 비참하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그동안의 자신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P139
장량이 그렇게 말해 놓고 다시 한 사람 뜻밖의 이름을 댔다.
"대왕께서 이미 거느리고 있는 장수들 가운데는 대장군 한신이 있습니다. 한신에게 따로 큰일을 맡기면 천하 한 모퉁이를 넉넉히 감당해 낼 것입니다."- P141
"알 수 없구나. 대장군이 이 군사 56만을 거느리고 항왕의 3만 군사를 막아내지 못하였다니. 실로 무엇에 홀린 듯하다."
한왕이 군사들을 둘러보다 탄식처럼 말했다.- P160
참으로 어리석고 못난 장수는 싸움에 지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 같은 적에게 두 번지는 장수일 것입니다.-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