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헌법이면 호주제폐지도 위헌?"
[매일경제 2004-10-23 09:38]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서 그 동안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관습헌법' 법리를 적용함에 따라 법리의 타당성 여부는 물론 관습헌법의 범위와 성문-관습헌법의 개정절차 차이 등을 놓고 각계에 논란이 들끓고 있다.
◆ 어디까지가 관습헌법인가=관습헌법의 효력을 단순히 성문헌법 보완에 그치 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관습헌법 자체의 법원성에 대해서는 헌법학자 나 법조인 대다수가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헌재의 법리대로 서울이 수도 라는 국민의 인식이 관습헌법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서는 학계의 견해도 엇갈린 다. 참여연대는 "헌재 논리대로라면 최근 여야 공히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고 헌법 개정이 아닌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이 역시 위헌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수도는 국기나 애국가와 같이 실체가 있는 헌법사 항”이라며 "명문화만 안됐지 실체가 있는 것이므로 관습헌법으로서 부족한 면 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광석 연세대 교수는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서울 이 수도'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사실인식일 뿐 '반드시 수도는 서울 이어야 한다'는 규범이 아니므로 관습헌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 관습헌법도 헌법심사의 기준이 되나=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불문 법 국가인 영국의 경우 의회가 헌법해석권을 갖지만 우리는 성문법 국가이기 때문에 헌재에 헌법해석권을 부여한 것인데 헌재가 불문헌법인 관습헌법의 법 리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일반 재판에서는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 심리과정에 참고하기도 하지만 헌재가 특정사건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는 헌 재의 '재판 실무제요'에 명시 규정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헌재는 실무제요 93 쪽 '위헌 법률심판의 심사기준'에서 "헌재는 헌법전에 포함된 개별 규정뿐만 아니라 개별 규정의 근저에 가로놓인 헌법 원칙이나 근본적 결단까지 심사기준 이 될 수 있고 이 밖에 '헌법관습법'도 심판절차의 기준”이라고 규정했다.
허영 명지대 헌법학 교수는 "어느 나라든지 성문헌법 외에 헌법 관습법을 두고 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 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헌재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이에 대해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우리 헌법은 관습헌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 지 않고 있다”며 "설령 관습헌법으로 인정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관습헌법으로 서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고 말했다.
◆ 관습헌법 개정절차도 성문헌법과 같아야 하나=헌재는 7인 재판관의 다수의 견으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관습헌법의 개정 역시 성문헌법과 같이 국 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유권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적지않다. 비교법적으로도 성문헌법 은 개정절차가 엄격한 '경성헌법'이지만 불문헌법은 일반법률의 개정절차를 따 를 수 있는 '연성헌법'이라는 점도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 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국민투표로 수도 이전이 가결될 경우 이는 서울을 수도로 본다는 기존의 관습헌법 자체가 소멸하는 결과가 되므로 개헌까지 갈 필요없이 수도 이전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도 "관습헌법이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할 경우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 노원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