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작가의 화법에 익숙해지는 순간 순식간에 몰입해 읽어 나가게 되는 소설..
오언은 아가씨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아가씨는 그의 상처를 통해 무엇을 읽었을까? 계속 그 결말을 상상하게 되는.. 상처를 읽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둘의 관계는 달랐을까?

사람 사이로 범람하는 급류 한가운데 놓인 다리의 안정성과 길이를 우리는 알 수 없으며 다리가 끊어졌거나 애초에 다리 따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이를 건너서 다가가야 할 때도 있고 채워야 할 때도 있는 한편 그것이 사이임을 모르는 채 사이를 두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이란 파헤치고 들쑤시는 방식으로만 좁히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서로의 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암실 속에서 서로를 보고 듣고 헤아린다는 착각과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P63
그의 일기를? 혹은 그의 편지를? 에움길로 둘러갈 것 없이 알것 같았습니다. 그의 머릿속을 그 자신을. 그때는 어디까지나 아가씨의 재능을 두고 짐작한 바일 뿐, 보스가 읽히기를 원하는 단 한 명의 독자에게 열람을 거절당한 한 권의 책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했답니다.- P75
단지 글자를 해독하는 것, 글자가 모여 이룬 낱말의 부유를 응시하고 낱말이 모여 이룬 문맥을 붙드는 것, 물을 머금은 빨래를 햇빛 아래 널어 말릴 때처럼 의미를 머금고 무거워진 행간을 털어서 밝혀내는 것까지. 그러는 동안 어떤 사람은 의미의 목록을 작성하여 분석하게도 되고, 나아가 그중 누군가는 의미의 무의미함까지 닿게 되기도 한다고요.- P165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P285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P344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