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정태>하면 영화 친구, 해바라기, 똥개 등의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 그가 30여 년간 <시>를 써왔다고 한다. 어떤 내용의 시일지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 50대이니 20대 초반부터 시를 적어온 것이다. <김정태>라는 한 사람의 삶이 담긴 마흔일곱 편의 시,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
⠀
📌
After The Storm
⠀
드넓은 초원을 볼 수 있으리
제 할일을 다한 만족감을 맛보리
⠀
새로운 삶을 향해 조용히 읊조리고
젖은 손으로 편지를 띄우는 차가운 용기를 얻어
검소한 식사로 큰 배를 채우리
⠀
그리고 빗물에 닦인 길을
허리 숙여 걸어갈 것이다
여기, 여기가
어디였는지 꼼꼼히 기록하며
⠀
내 삶은 회색빛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엄숙해지고
큰바람 불어오는 언덕 위
불빛은 어른거리는 사람의 말들은 아끼면서
아껴 가면서
⠀
이렇게 바람 불어
내 생이 꼭 한가운데로 내몰리면
다시 혼자로 남겠지만
⠀
그래도 평화롭게 가슴 쓸어내리는
폭풍이 지나간 모든 밤
⠀
-내 눈 속에 사는 사람 P26-27-
-------------------------------------------------
⠀
조폭, 깡패 역 등 강한 성격의 역할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시들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중환자 실에 있는 상황, 어머니의 유언으로 13년간 큰 금액의 빚을 갚아야 했다. 그런 <폭풍이 몰아치는 회색빛 삶>에 내몰리면서도 <평화롭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드넓은 초원을 볼 수 있으리라 말한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역지사지를 가정해 보지만 쉽지 않다.
⠀
⠀
시집 안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렵게 시작한 신혼생활, 젊은 나이에 떠난 형, 아무것도 못해주고 시집보낸 여동생에 관해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들이 그득그득 담겨 넘친다. 아마 힘겨웠던 그 시간의 날들을 <시>에 꾹꾹 담아 버린듯하다. 그렇게 비우고 비우면 새로운 삶을 채웠다.
⠀
⠀
시집을 받고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다 눈길이 잡힌 첫 시였다. 몇 번을 눈으로 읽어보고 소리 내어 읊어도 보았다. 시를 적고 있을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창문을 거세게 흔들던 폭풍이 지나가고 무엇을 보며 썼을까?
⠀
⠀
읽는 동안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지난 시절이 생각났다. 김정태 배우가 아닌 시인 <김정태>가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와 함께 과거로의 타임워프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 본다.
⠀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체인지업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