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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동 둘리의 서재
  • 인류세: 인간의 시대
  •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 14,850원 (10%490)
  • 2020-09-03
  • : 3,568
  지구의 역사는 장구하지만, 그에 비하면 인류의 역사는 짧디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지구의 환경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시대 구분이 논의될 정도다. 이 책은 인류세가 논의되는 배경부터 시작해서 인류에 의한 환경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에게 필요한 소수의 동물들만 살아남고 그 외의 수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져 종 다양성이 파괴되는 '6번째 대멸종',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재난 등이다.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것인 만큼 사진 자료와 데이터가 풍부하다. 특히, 지구의 축소판인 태평양의 작은 섬 '붕인섬'을 통해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를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비가 좋다는 이유로 경유차를 타고, 잘 썩지도 않을 아이 기저귀는 하루에 몇 개씩 쓰고, 플라스틱 컵과 배달용기로 가득한 일상이 과연 괜찮은 걸까. 자연 유래 소재를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 했다는 기저귀를 쓰며 다소 안심하고, 예쁜 리유저블 컵을 받아 몇 번 더 쓰고 버렸다고 위안하는 것으로 우리 책임을 좀 덜어낼 수 있는 걸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노력이 효과가 있기는 할까 생각하면 답답하다. 우리 모두의 문제지만, 당장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은이가 말하듯, 우리는 경제성장과 편리를 포기할 수 있을까?

  < 이 중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간단하다. 우리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바뀌는지에 달려 있다. 화석연료를 덜 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데, 국가 정책적으로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 석유를 태우는 차량을 어떻게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시키냐 같은 문제다. 시민들은 전기를 덜 쓰고 자동차를 덜 타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해결책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개인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그래서 계속 문제를 방치해왔고 결국 이 지경이 됐다. 과연 우리는 '경제 발전'과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_ 227쪽 >

  이 책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누군들 그럴 수 있겠는가. 지금도 '기후 위기'라는 사람들과 '기후 위기는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니 해법 또한 합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탈원전' 논의가 정치싸움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어떻게 생산하고 활용할지 논의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의 삶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피해를 입는 업종이나 사람이 생길 것이다. 물론, 이것을 예측하고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이런 변화 자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게 먼저다', '밀림의 보노보를 구하기 위해 자국민을 못살게 한다' 등등의 목소리를 전하며 논의를 정치화시킬 것이다. 정말 우리는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구와 인류의 공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결국, 시민 개개인이 이 지구적 위기에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문제의 관건일 수 있다. 언론이든 정치가든 기업가든 결국 다수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 위기에 공감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 아니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들이 다수파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쓰고 버렸나···.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하나.


인류의 운명을 바꾼 돌, 청동, 철처럼 플라스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생산되며 현대 문명을 접수했다. 현 시대는 지질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세, 문명사적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은 플라스틱기시대다.- P146
"바다의 모든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쓰레기를 더 이상 유입시키지 않는 거죠. 수도꼭지를 잠그는 겁니다. 만약 당신의 집 욕조가 물로 넘친다면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할 겁니까, 아니면 수도꼭지를 잠글 겁니까?"- P206
이 중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간단하다. 우리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바뀌는지에 달려 있다. 화석연료를 덜 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데, 국가 정책적으로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 석유를 태우는 차량을 어떻게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시키냐 같은 문제다. 시민들은 전기를 덜 쓰고 자동차를 덜 타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해결책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개인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그래서 계속 문제를 방치해왔고 결국 이 지경이 됐다. 과연 우리는 ‘경제 발전‘과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P227
현대 선진 자본주의 국가라면 자고로 쓰레기 정도는 잘 감춰야할 암묵적인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더러운 것을 보기 싫어한다. 내가 사용하고 버리는 것들의 끝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소비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게 있어서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우리는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버려야 한다. 그래야 돈이 돌고, 경기가 좋아지고, 국가가 발전한다.- P245
"인간은 힘입니다. 역사상 존재했던 종들 중 가장 힘이 있는 종이에요. 힘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힘은 좋은 것일까요, 나쁜 것일까요? 힘은 도덕적으로 중립입니다. 힘은 좋은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나쁜 목적으로도 사용됩니다. 인간의 힘은 제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행복한 삶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과 손주들의 세상을 무너뜨릴 수도 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것이 인간의 힘이죠." (제러드 다이아몬드)-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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