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사했을 때, 부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금세 외워서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글도 금방금방 쓰고, 단어도 쉽게 외우고···지금과 비교하면 참 총명했던 것 같다. 삼십 대 중반, 이제 머리가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무언가를 하려고 핸드폰을 열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서 딴짓을 하고, 사람들의 이름도 까먹을 때가 있다. 이게 다 코로나19와 마스크 때문일 거라고 자위하지만, 아무래도 내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의 지은이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의학 전문기자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이 꽤 전문적인데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수다스러운 성격인지 주제가 다소 흔들리고, 장황하다. 특히, ‘들어가는 말’ 격인 프롤로그를 읽다 보면 정말 수다스러운 아저씨와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려나?' 싶다가도 비슷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고, 끝났나 싶은데 또 연관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장장 30여 쪽이 넘는다. 뇌 건강에 대한 오해와 뇌 건강을 지키는 법이 이 책의 주제일 텐데, ‘Part3’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후의 대처법이나 환자 보호자를 위한 조언까지 담고 있다. 유용하긴 하지만 과연 한 권의 책에 같이 담을 이야기인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 유전자가 사람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까지의 추정치인 20~30%가 아니라 7%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다시 말해, 건강과 장수의 90% 이상은 타고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_ 32쪽 >
일단 기억력 쇠퇴가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노화 증상이 아니며, 노력하면 늙어서까지도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라는 것이 대단히 거창하거나 돈이 많이 드는 점이 아니라는 것도 희망적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밤에 잠 잘 자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들을 찾아서 끊임없이 공부하라는 것이 뇌 건강을 위한 조언인데,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없다.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어머니들의 잔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실천에 옮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고, 새로운 습관의 적용은 다음 달 1일부터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래서 5가지 제언을 실천으로 옮기는 12주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는데, 꼭 이 방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실천하고 노력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무언가를 지키려면 덜 편해지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근력을 유지하는 것도, 뇌 건강을 지키는 것도,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그렇다. 말하고 나니 피곤해진다. 참나, 도대체 편하고 쉬운 삶은 어디 있는 거냐고! 다음 주부터 당장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고 저녁 식단관리 시작이다!
<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_ 298쪽 >
기억력 쇠퇴는 필연적인 노화 증상이 아니다.- P18
내가 이 책을 쓰면서 만났던 의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몸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합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고, 다행인 점은 정신 건강을 돌보기 위한 노력은 별로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즉, 대대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으며 소소한 생활 습관의 수정과 조절로도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P23
유전자가 사람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까지의 추정치인 20~30%가 아니라 7%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다시 말해, 건강과 장수의 90% 이상은 타고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P32
"나는 눈부시게 밝은 백열전구 같은 삶을 살고 싶다. 평생 밝게 빛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꺼지는 삶 말이다."- P38
2019년 과학자들은 이러한 ‘망각‘ 신경 세포들을 발견해냈고, 이 발견을 통해 수면의 중요성과 망각의 장점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하려면 어느 정도는 잊어버려야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역설인가. - P72
다만 어떤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인지 능력 저하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30살 무렵부터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0세 이전에는 치매에 대해 생각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사람들도 위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인지 능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들이기 시작해야 한다. - P78
최신 과학에 따르면, 복부에 체중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특히 뇌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P91
신경 발생, 혈관 생성, 새로운 신경 연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01
기본적인 뇌 건강의 5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다. ‘움직여라, 발견해라, 느긋해져라, 영양을 섭취해라, 사람들과 교류해라.‘ - P132
뇌 기능 및 질병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운동, 즉 많이 움직이고 규칙적인 체력 단련을 지속하는 것이다. - P142
그냥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삶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레오 버스카글리아 박사) - P167
독서, 학습, 사회 활동 등의 형태로 ‘지속적인 교육‘을 따라가지 않으면 대학이나 대학원 학위가 뇌를 건강하게 해줄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 P174
핵심은 새로운 기술의 복잡성이다. 수업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면 안 된다. 편안한 상황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기억력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뇌를 자극해야 한다.- P177
잘 먹는다는 것은 약과 건강 보조제를 복용한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진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양소를 한번에 깔끔하게 포장한 알약이 편리하기는 하나 약물을 통한 영양 섭취는 효과적이지 않고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 P239
현재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뇌 건강을 위해 앞으로도 쭉 술을 마시지 마라. 그리고 술을 마시고 있다면 과음하지 마라. 뇌 건강에 유익한 음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적당량은 하루에 2잔이고 여성은 1잔이다. 여성이 신체적으로 더 작아서이기도 하지만 음주는 여성들의 유방암 유발 위험을 높인다. 가능하면 와인을 마시는 게 바람직한데, 와인에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이라는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양주나 맥주에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지 않다. - P248
첫째, 별을 올려다보고 발밑을 내려다보지 마라. 둘째, 절대로 일을 포기하지 마라. 일은 당신에게 의미와 목적을 준다. 일이 없으면 인생은 공허하다. 셋째, 운 좋게 사랑을 찾았다면 그 존재를 기억하고 잊지 마라. (스티븐 호킹)- P278
1. 하루 종일 움직이고 생활 방식에 맞는 운동 습관을 형성한다.
2. 학습과 도전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3. 밤에 편안하고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활동을 일상에 통합시킨다.
4.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추구한다.
5.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교류를 이루고 활기찬 사회 활동을 유지한다. - P282
큰 그림을 마음속에 그리면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P298
유전자보다는 생활습관이 뇌의 운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