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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룡매냑님의 서재
  • 노자의 인간학
  • 김종건
  • 11,700원 (10%650)
  • 2016-12-07
  • : 277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이다. 저녁도 간단히 대충 때우고 밀린 일에 다시 매달린다. 시간은 어느새 9시, 10시를 훌쩍 넘어간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한다. 시원한 생맥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내일 할 일을 생각하니 한숨만 쏟아진다. 이내 고개를 흔들며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집으로 향한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던 아내가 깨며 마중 나온다. 아이들은 이미 잠든 지 오래다. 깨어있을 때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보기만 해도 절로 우울해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이 '내 얘기네'하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는 와중에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맞보며 그렇게 살아간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답은 하나. 행복하기 위해서다. 행복을 정의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행복을 찾기가 어려울 뿐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채우다'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채운다'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행복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 나라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계속 채우려고만 한다. 더 이상 채울 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채움'에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그렇다. 바로 '비움'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행복이라는 그릇을 채우기 위해선 나 자신을 비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워야 할까. 노자 <도덕경>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致虛極 守靜篤

치허극 수정독

비움에 이르기를 극진히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히 하라.

- 도덕경 16장


爲無爲 則無不治
위무위 즉무불치

무위로 행하면,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다.

- 도덕경 3장

道 沖而用之 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도 충이용지 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

​도는 텅 비어 있어서 아무리 써도 가득 차지 않으니, 깊고 깊어 만물의 근본과 같다.

- 도덕경 4장


爲无爲 事无事 味无味

위무위 마무사 미무미​

하되 하지 않은 것처럼, 일삼되 일삼지 않은 것처럼, 맛 보되 맛보지 않은 것처럼 하라.

- 도덕경 63장


표현은 다르나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모두 '비움'을 뜻한다. 노자 <도덕경>은 바로 '비움의 철학'이다.


​최근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2500년 전의 노자의 가르침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며 비우는 것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는 비단 생활방식에서만 보여지지 않는다. 사고방식에서도 단순함은 강조되고 있다. 심플함을 무기로 전 세계의 IT 시장을 뒤바꿔 놓은 스티브 잡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항상 반복해서 외우는 주문 중 하나는 '집중'과 '단순함'입니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습니다. 생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려면 생각을 깨끗이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SIMPLE'이다.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위대한 발명품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도덕경>과 같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그 속에서 현재의 삶에 대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고전은 그 기대를 결코 져버리지 않는다. 반드시 보답을 해준다. 계속해서 읽고 실천하는 동안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이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고전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껏 전해졌고 앞으로 이어져갈 이유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막연히 어렵게만 여겼던 <도덕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특히, 이 시대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소설 형식 이야기에 노자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현재의 내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도덕경>을 현재의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우리가 <도덕경>을 단순히 읽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인위로 가득한 자신의 삶에 무위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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