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만약 당신이 그중 한 명이라면 진심을 다해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단순히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부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도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되겠지만 모두가 부자는 아닐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돈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다 알다시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부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돈에서 자유롭다는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매 순간 돈에 대해, 좀 더 정확히 꼬집어서 돈 걱정하지 않고 살고 있음을 돈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맞는 표현일 듯하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하리만치 어느 누구 하나도 예외는 없다. 그것은 돈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돈이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돈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조차도 여전히 '돈 = ?'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제와 같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돈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그런 돈에 단 한 문장으로 간단 명료하게 정의를 내려준 이가 있다. 그렇다. 바로 소위 '사장들을 가르치는 사장'이라 불리는 이 책의 저자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다. 사실 이 책을 직접 읽기 전까진 스노우폭스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김승호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 솔직히 그것도 의문이다. 알고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유명한 한국 기업을 어떻게 여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내가 그만큼 돈에 대해 무지했던 걸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워낙 유명한 기업과 기업가이기에 굳이 이 글에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금시초문이라면 N과 G의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돈은 인격체다
차치하고 그는 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감한다. 아니, '통감했다'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듯하다. 저자의 책 『돈의 속성』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장이 바로 '돈은 인격체다'라는 단 한 문장이다. 그 문장은 이 책 한 권을 통째로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 문장으로부터 시작해서 끝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만 똑같은 생각은 한 사람이 오직 나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적어도 나에겐 큰 울림이 있는 단 한마디다.
이 책은 오래전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여러 번의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성공을 일궈낸 부자가 생각하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이 책을 통해 단순한 투자 노하우를 배우려고 했다면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미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던 돈을 대해서 확장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시야를 넓혀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큰 환상은 갖지 않길 바란다. 저자도 책 속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책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니는 않는다. 책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스스로 질문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당신은 부자의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저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책을 추천해 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 책은 살아 있는 책이요,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우면서 거인과 함께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바로 '산책'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산책을 통해 책으로 얻은 주제와 관점을 생각하며 자기 스스로의 기준으로 작가의 권위에 무조건 굴복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 혼자 우뚝 서는 날이 있을 것이다. 산택과 자문을 통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을 걷거나 조용히 앉아 읽은 책의 내용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산책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니 할에 만 보 이상 걷기 바란다."
두량 족난 복팔분(頭凉 足煖 腹八分)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두고, 배는 가득 채우지 말고 조금 부족한 듯 채우라
스노우 폭스 김승호 회장의 투자 철학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복팔분이란 배의 80% 정도가 차면 식사를 그치라는 교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현장에 다녀보고 알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돈을 쓸 때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에 지출한다. 투자를 할 때는 게걸스럽게 욕심내지 않고 배가 부르기 전에 일어서는 것이 윤택한 삶을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다. 투자는 100%를 지나면 0%가 될 수 있기에 결국 80%이면 가장 높은 점수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이익만 챙기는 것이며 이 원리가 복팔분이다."
딱히 미사여구를 곁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고개를 절로 끄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욱이 주식 투자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제껏 스스로 투자라고 생각하며 해온 것들은 투자가 아니었다. 몇 번을 곱씹어 봐도 투자가 '절대' 아니었다. 자산 배분이나 포지션에 대한 이렇다 할 투자 기준도 전무했고 가격의 오르내림에만 관심을 쏟았다. 결국 그간의 투자는 실패했고 실수를 만회하려 할수록 실패만 반복될 뿐이었다. 패착의 원인은 결국 '돈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돈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란 무엇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돈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낯설거나 두렵지는 않다. 돈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었다. 돈은 인격체라고 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끌리듯이 내가 돈을 진심으로 대하고 좋아하며 쫓아간다면 언젠간 내 손을 잡아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