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자란 무엇인가. 해자란 중세 시대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쌓고 있는 못이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자를 가로지르는 성 안에서 내려주는 다리가 유일하다. 해자가 넓고 깊을수록 그 성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더욱 안전해진다.
중세 시대 적의 공격을 막아 주던 해자는 오늘날의 기업들에게도 유용한 듯하다. 이름하여 경제적 해자로 일컬어지는 그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높은 자본이익률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업은 주위에 깊은 해자를 두른 견고한 성과 같다."
기업에게 경제적 해자가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특정 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할 때 우리는 해당 기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고려한다. 해자가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은 이유는 더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자가 있는 기업을 주식을 산다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경쟁사들로부터 보호될 현금흐름을 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해자는 투자 원칙을 확고하게 만들어 경쟁력이 불확실한 인기 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해자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릴 기업과 진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구별해낼 수 있는 기본 틀을 제공한다'
'해자가 있는 기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재가치를 꾸준히 높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투자 수익을 보호해 준다'
'해자가 있는 기업은 탄력성이 높다. 일시적인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회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가 투자에 앞서 기업을 분석할 때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인지 아닌지 알아야 하는 이유다.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제대로 찾아낼 수만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찾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다. 그것이 쉬웠다면 누구나 주식 투자로 부를 거머쥐었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 해자를 분석할 때 유의해야 한다. 경제적 해자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가장 흔한 '실체 업는 해자'는 뛰어난 제품, 높은 시장점유율, 운영 효율성, 그리고 우수한 경영진이라고 한다. 덫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네 가지는 어떤 회사가 경제적 해자를 지니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 예로 우리는 '어떤 회사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그렇게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진짜 해자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진짜 해자를 찾기 위한 요소로 네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무형자산, 전환 비용, 네크워크 효과, 원가 우위가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해자가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네 가지 범주에 속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네 가지 원천을 갖고 있는 기업은 경쟁사보다 구조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찾은 회사가 투자수익률이 높고 앞서 말한 특징 중 하나를 갖추고 있다면 경제적 해자가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는 진짜 해자를 찾는 네 가지 요소에 대해 각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짧게나마 주식 투자를 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투자 원칙을 흔들어버릴 정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저자가 투자 전문 회사인 모닝스타에서 일했던 주식 분석 담당자이기에 그런 것은 아니다. 투자 대상으로 고르기 위해 참조했던 재무제표, 실적 등 믿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사실은 경제적 해자를 지니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유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그 자료들이 투자에 전혀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해자라는 개념으로 주식 투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게 된 듯하다.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찾기는 사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의 투자는 성공으로 가는 배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조금은 어렵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