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에서 우리 조상의 기개를 보여주는 고구려 벽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흥분과 열정을 느끼는 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그 옛날 우리의 기개를 펼쳤던 고구려의 기상은 말을 타며 활쏘기와 수렵, 전투까지 그 벽화들에 잘 나타나 있다. 궁금한 건 그 멋진 그림들이 왜 무덤 속에 그려진 벽화인 것일까,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우리 역사와 전통, 삶, 사랑과 함께 무연이라는 화공을 통해 이 책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장백산의 깊은 숲 속에서 망혜 스승과 함께 속세의 삶과 떨어져 외로이 사는 무연은 어느 날, 사무랑을 목표로 무예를 익히는 젊은이들을 보게 된다. 그 기개를 따라 무연도 혼자 무예를 익히기 시작한다. 젊은 날, 고구려의 집사장이었던 망혜는 음모와 모함으로 순장된 무연의 부모를 대신해 갓 태어난 무연을 데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장백산으로 향했던 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무연은 깊은 숲속에만 자신을 가둬두는 스승 몰래, 사무랑을 뽑는 동맹제 축제에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추천장이 없어 무사 시합엔 못 나가고 되고 싶지도 않았던 화공을 뽑는 시합에 나가게 된다.
무연을 찾아 산을 내려온 망혜 스승은 무연이 자신도 모르게 위험에 빠지기 전에 무연을 만나 무연에게 출생의 비밀을 얘기해준다. 부모가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고구려의 마지막 순장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자신은 살아남았는지 그 모든 얘기를 듣게 된다. 더구나 그 악연은 또 다시 자손들의 악연의 꼬리를 이어간다. 하지만 복수를 부르는 칼 대신에 무연은 예술로 승화시키는 붓을 든다.
이야기가 얼마나 긴박하고 흥미롭게 전개되는지 읽는 동안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단숨에 읽고 단박에 반해버렸다. 어린이, 어른 모두 즐겁게 읽고 우리 역사에 대해, 우리 전통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되었다. 재미와 흥미, 그리고 생각거리 모두 최고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