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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의 작은 서재
  • 검은 새
  • 마르턴 타르트
  • 9,000원 (10%500)
  • 2009-09-10
  • : 86

이 책은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딩크 덕분에 이제 우리에겐 친숙하게 다가오는 나라, 네덜란드의 작가의 책이다. 더구나 1983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은근 슬쩍 마음을 사로잡는 추리로 인해 더 현실성을 띠고 그 긴박함에 기꺼이 마음을 내맡겼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를 것만 같은 북유럽의 작은 나라에서도 사랑이나 연애, 결혼 그리고 외도 같은 것들은 거기나 여기나,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그 부부가 겪는 상황이 오히려 우리 한국의 요즘 상황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정도였다.
뭔가 덤태기를 씌우는 것 같은 분위기,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진실, 사실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 여자 뒤를 마치 안개 속을 헤매듯이 따라가다 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의 놀라움이 찾아온다. 반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실들의 드러남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 추리의 긴박함으로 밤에 잠도 잊은 채 이 책을 읽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카페도 문을 닫은 깊은 밤에 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인다. 며칠 뒤, 경찰이 남자를 찾아온다. 그 여자는 실종됐고 남자는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나 불임인 아내를 가진 남자는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가 결국 용의자로 몰려 유치장에 갇힌다. 증거는 없지만 여자가 사라졌다는 심증과 며칠씩 굶은 몇 백 마리의 쥐들이 사람 하나 먹어치우는 건 일도 아니란 사실은 그 같은 실험을 하는 연구원인 주인공 남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들,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에게 배란일을 따지는 것은 더 이상 사랑이 사랑이 아니게 만들고 아이에 집착하는 여자로부터 눈을 돌려 다른 여자를 바라봤던 남자는 의외의 사건으로 인해 부부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잠시지만 편지를 주고 받고, 여자에겐 남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도 남자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이 늘 함께한다.
추리물을 읽으면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이 사람이 범인일까, 저 사람일까, 그 여잔 어떻게 된 것일까, 진짜 둑었나... 책을 읽는 사이사이에도 별별 생각이 다 맴돈다. 그게 어쩌면 추리의 매력이 아닐까. 또한 어찌 됐건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들은 결혼의 굴레 속에서,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오히려 자유를 꿈꾸지만 실제 잠시 잠깐이라도 외도를 하게 되면 그 여파는 결혼의 안정성을 깨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확실한 건 결혼이란 게 그 동안 그들에게 어느 모로 보나 서로를 보호하는 울타리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울타리는 서로의 선택에 따라 무너지거나 더 견고해지거나 한다는 사실이다. 남자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는 그 동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너무나 닮았다.  

“결국은 내가 이렇게 생각했다는 걸 말하려는 것뿐이야. ‘우리가 결혼한 게 다행이다. 아무리 사이가 멀어졌어도 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언제나 상대방의 편이 될 수 있으니까. 사이가 멀어진 건 바깥세상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 밖에서 보면 우리는 부부이고, 결혼한 사이니까. 우리는 서로를 잘 알아. 그건, 이 경우에는 내가 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걸 당신이 단순히 믿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안다는 뜻이야. 당신이 결혼했다는 건 이 험한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이 있다는 것, 당신이…… 당신에게 무조건 충실한 사람이 한 명 있다는 뜻이야. 일반적으로 말하는 충실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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