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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의 또 다른 원인은 골똘히 생각하기였다. 아버지는 생각이란 하면 할수록 더 나빠지는 골칫거리이므로 절대로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고 엄하게 충고했다. 아버지는 그 해독제로서 힘든 육체노동을 추천했다. 눈 치우기, 장작 패기, 크로스컨트리 스키 같은 것들. 생각이란 대개 사람들이 소파 위에서 축 늘어져 있거나 빈둥거리며 쉬고 있을 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일찍 일어나기 또한 추천되었다. 특히 주말이나 숙취에 시달릴 때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온갖 더러운 생각들이 마음속으로 기어 들어올 수 있었다. -257쪽
종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지 않는 것은 특히 중요했다. 신과 죽음, 삶의 의미는 모두 어리고 상처 입기 쉬운 정신에겐 아주 위험한 주제였고, 그 속에서 길을 잃고 격렬한 광기에 빠지기 쉬운 빽빽한 숲과 같았다. 그런 종류의 생각은 노년이 될 때까지 느긋하게 미뤄두는 게 좋다. 그때쯤 되면 사람은 단련되어 있고, 더 강인해져 있으며, 또 달리 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리 수업은 순수하게 이론적인 학습으로 여겨야 했다. 그러니까 성서 몇몇 구절과 전례서들을 암기하되 결코 깊이 빠져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 아버지가 다른 무엇보다 앞서 경고해주고 싶은 것, 불쌍한 젊은이들 한 부대를 광기라는 안개 속에 통째로 밀어 넣는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이 못마땅한 습관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날로 번져 갔는데, 아버지는 내가 아직까지 그런 경향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했다. 정신병원은 책을 너무 많이 읽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때는 그들도 우리처럼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근심 없고, 쾌활하고, 균형 잡혀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감으로 침대에서 며칠을 쉴 때처럼 계기는 대개 우연한 것이었다. 매력적인 책 표지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나쁜 습관이 뿌리를 내렸다. 첫 번째 책이 다음 책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다른 책, 그리고 또 다른 책으로. 정신병의 영원한 밤 속으로 곧장 이끄는 사슬의 연결 고리들. 멈추는 건 불가능했다. 마약보다 더 심했다. -258쪽
매우 조심한다면, 백과사전이나 제품 설명서처럼 우리에게 뭔가 가르쳐줄 수 있는 책을 어쩌다가 들여다보는 것은 괜찮을 수도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소설이었다. 그 안에서 모든 사색들이 유발되고 고무되었다. 빌어먹을! 그처럼 중독성 강하고 위험한 제품은 국가가 관리하는 전매상점에서만 취급해야 하고, 허가증이 있거나 성년이 된 자들에게만 지급하고 팔아야 했다.
그 순간, 어머니가 밥 먹을 시간이라고 계단 위에서 소리쳤다. 우리는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서 위로 올라갔다.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엄지발가락을 채였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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