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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juk

김영하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 산 문학동네 여름호에서
보게 되었다. 그 때 그 계간지에 너무나도 유명한 '호출' 이 실려있었다. 그러나,
'호출' 이 신선하긴 하였지만, 그닥 마음에 써억 와닿지는 않았다. 뭐랄까 구성의 신선함보다는 문체의 매혹이 더 끌렸던 나이어서 그랬을까. 하긴 그시절의 나는 '윤대녕' 에게 푸욱 빠져있던 시기였으므로, 그런 미혹적이고 아스라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은 채, 일상적이고 지지부진한 사건들 속에서 내 마음의 공감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그 여자가 영화에서 배드씬 찍을때 등장하는 대역 배우라는 사실, 그 상대 남자배우는 싸가지 없었다는 사실, 뭐 그정도이다. -_-;;
그렇게 김영하는 잊혀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아마 98년이 아닐까 싶은데,
종로서적에서 책을 집어들었다. 9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품 모음 책이었을 것이다.
그시절에는 한국현대작가들에 심취하던 터라, 그런 책들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 책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제목은 '흡혈귀' 였다. '호출' 에 대한 평범한 기억이
있는 작가였기에 그다지 기대를 걸고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속도감이 한층 더
늘어나 있었다. 죽어도 죽어도 죽지 않은 '흡혈귀' 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문화적 믹스에 의한 충격을 주었다. 더군다나 냉철한 지식인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가 신선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그의 문체였다.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고, 냉정한 듯하면서도 감정적인,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그의 말놀림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500년동안 조선시대때부터 흡혈귀로 지낸 남자의 이야기는 시간적인 간극의 효과를
속도감있게 표현하였고, 그의 기이한 이야기는 '이야기' 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었다.
그 매력적인 남자의 원천적인 근원의 매력은 바로 '죽지않는' 다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결국, 김영하는 나의 가장 favorite 한국 현대작가로 마음속에 새겨지게 되는 결정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흡혈귀' 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내가 '흡혈귀' 의 남자주인공을 사랑했었는지, '흡혈귀' 작품 전체에 매혹되었는지, 김영하의 문체에 푹 빠졌었는지, 김영하 자체에 설레임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저것들이 다 맞물려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갑자기 김영하의 이 작품이 어느 소설집에 실려있는지 기억이 안나서 문학동네로 이미지 선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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