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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숲 서재
  • 파란 대문을 열면
  • 허은미
  • 15,750원 (10%870)
  • 2023-11-14
  • : 455
어릴 적 집은 이미지로 남는 법이다. 들어섰을 때 풍겨왔던 우리집 냄새, 거실 창으로 들어왔던 햇살의 온기, 엄마의 탁탁탁 도마 소리와 수족관의 공기방울 소리, 이젠 좀체로 찾아볼 수 없는 올록볼록 벽지의 촉감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집였다. 지금은 보지도 느낄 수도 없는 추억의 우리집을 누구나 가슴 속에 한 채씩 간직하고 있기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우린 그리도 열광했던지도 모르겠다.

허은미 작가와 한지선 작가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 더욱 그리운 그 집을 대문의 파란색과 무성했던 꽃의 분홍색으로 아련히 그려냈다. 명확한 배경 없이 불친절해보이기까지 하는 집의 모습과 비현실적으로 틀어져보이는 대문의 모습은 오히려 머리 속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우리집의 이미지에 똑 드러맞는 느낌이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것으로 마치 뿌연 필름 사진 찍듯 남겨진 기억일테니 말이다. 그만큼 작가가 집을 표현한 색은 강하게 시선을 끈다. 우리집은 바다처럼 파랗고 꽃잎처럼 고왔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당 있던 집에서 아파트로 이사해 성장했다. 5살 남짓까지 살았던 그 집은 여기저기 피어난 나팔꽃의 보라빛과 물놀이랍시고 발개벗고 쏙 들어가 첨벙거렸던 붉은색 고무통의 거칠한 느낌으로만 남아있다. 종종 꿈에서나 그 골목을 만날 수 있으려나.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은 이런 바람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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