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람이다
별숲 2021/01/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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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을 읽다
- 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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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1-01-25
: 5,127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권리가 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일이다.
삶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하는 이들이 꽤 많은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혹은 둘다로 인해
방황하며 갈피를 못 잡는 주인 없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려고 노력한다.
주인공의 자리를 찾았다 잃어버렸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그것을 인생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소년원의 아이들은 어떨까?
스무살이 되기 전부터 그 곳의 아이들은
이미 세상의 편견이라는 짐을
하나 더 짊어지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나라고 편견이 없겠는가...
천인공노할 사건들을 일으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아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년원의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이끌고 보듬어줘야 할 어린 아이들일 뿐이다.
그런 아이들 모두에게
'자업자득이다'라고 섣불리 정죄를 내려버리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여기에 그 곳의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지도한 한 국어 교사의 이야기이다.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던 이 에세이만의 흡입력은
작가의 진심과 사랑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17살, 18살, 22살...
서현숙 작가의 국어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나이이다.
중학교 과정을 이수하지 못해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는 이 아이(혹은 청년)들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마치 이런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듯
편견없이 다정하게 다가와준 선생님을 그들은 신뢰했다.
p 37.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제가 읽은 책의 작가님을 만난 것이요. 그리구 무지 아쉽습니다. 바깥세상에서 김동식 작가님을 만났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소년원에 있을 때 만나서 면목이 없습니다."
p 40. "선생님과 만난 지 이제 두달, 수업시간에 떠들고 장난을 쳐도 항상 웃으면서 넘어가주시고,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볼때는 이런 곳이 아닌 사회에서 뵈어요."
p. 56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세상과 삶의 이야기를 어린 영혼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어른의 일 중 하나가 아닐까. 몸도 생각도 덜 여문 사람들을
곁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서현숙 작가가 만난 소년원의 아이들은
예의로 차릴 줄 알았고, 귀여운 수줍음도 있고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하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아이들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 한 편에 이미 스스로 주홍글씨를 새긴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 어른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사람 그대로 바라봐주고
기회를 주는 너그러움일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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